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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 일병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죄송하다"
입력 2025-08-05 19:07 | 기사 : 백설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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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1월 25일, 강원도 홍천 아미산에서 발생한 고 김도현 일병 사망 사건의 진실은 단순한 추락사가 아닌, 군의 훈련 안전 불감증과 지휘관의 책임 방기, 그리고 구조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가 빚어낸 참극이었음이 명백해졌다. 선임병의 짐까지 떠안아 37kg에 달하는 군장을 짊어지고 험준한 산악 훈련에 내몰렸던 김 일병은 실족 후에도 한참 동안 방치되었으며, 발견된 이후에도 군의 기계적인 보고 체계에 갇혀 생명을 구할 마지막 기회를 박탈당했다.

사건은 통신 장비 설치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훈련의 실상은 안전 규정이 완전히 무시된 위험한 행군이었다. 김 일병은 "다리가 아프다"는 선임병의 12kg 군장을 대신 지라는 부당한 지시에 따라, 자신의 완전 군장 25kg을 포함해 총 37kg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성인 남성도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짊어진 채 험한 비탈길에서 짐을 번갈아 옮기던 김 일병은 결국 실족하여 수 미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훈련을 인솔하던 간부들과 선임병들이 한참 동안 그가 대열에서 사라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본적인 병력 관리조차 실패한, 지휘 공백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뒤늦게 김 일병을 발견한 이후의 상황은 더욱 비극적이었다. 의식이 명료했던 김 일병은 "응급실에 가고 싶다"며 살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으나, 현장 지휘관들은 그의 고통을 외면했다. 119 신고는 즉각 이루어지지 않았고, "보고가 먼저"라는 상명하복의 논리에 따라 소대장에게 책임 추궁과 질책을 당하는 통화가 이어졌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던 김 일병에게 돌아온 것은 구조가 아닌 "가지가지 한다"는 식의 조롱과 면박이었다. 결국 최초 실종 인지로부터 1시간 30분이라는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흘러간 뒤에야 119 신고가 이루어졌다.

이 사건은 군 검찰의 수사를 통해 지휘관들의 명백한 과실이 원인이었음이 드러났다. 군 검찰은 소대장과 부소대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등으로 기소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소장에는 훈련 당시 안전대책이 전무했으며, 과도한 군장을 지게 한 행위와 구조를 지연시킨 모든 과정이 범죄 행위로 적시되었다. 한 병사가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무거웠던 37kg의 군장은 단순히 훈련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 군의 뿌리 깊은 안전 불감증과 인명 경시 풍조가 응축된 비극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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