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축소와 경찰 수사권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변호사 자격을 갖춘 경찰관의 조직 이탈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경력채용한 변호사 292명 가운데 84명이 이미 경찰을 떠났다. 경찰은 이들의 승진 기회를 별도로 마련해 인력 유출을 막는 동시에 퇴직 경찰관이 인맥을 이용해 사건에 관여하는 이른바 "전경예우"를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7월 기준 변호사 경력경쟁채용 인원이 292명이며 이 가운데 퇴직자는 84명이라고 밝혔다. 경채 인원의 약 28.8%가 조직을 떠난 셈이다.
경찰이 파악한 숫자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경찰에 들어온 뒤 별도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인력도 있다. 현재까지 자격 취득 사실을 신고한 경찰관은 약 96명이다. 다만 자격증 취득 사실을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경찰청이 이를 파악하기 어려워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이들의 퇴직 현황 역시 별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수사 경험과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갖춘 경찰관은 로펌 등 법조시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질수록 경찰 조직 내부의 수사 절차와 의사결정 구조를 경험한 인력의 가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핵심 수사 인력의 이탈 문제와 퇴직 후 전관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불거지는 이유다.
경찰은 우선 내부에 남아 있는 변호사 자격자의 승진 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2027년부터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관의 경정 심사승진을 별도로 운영한다. 일반 경찰관과 동일한 승진 경쟁에 놓였던 변호사 자격자에게 별도의 심사승진 기회를 제공해 장기 근무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본청과 시도경찰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입 기준도 바꾼다. 경찰은 변호사 자격자의 본청·시도청 전입 대상 연차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법률 전문성을 갖춘 경찰관이 주요 수사·정책 부서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인력 유출을 막는 것과 별도로 퇴직 경찰관의 사건 개입을 차단하는 장치도 강화한다. 경찰은 개정 형사소송법 후속조치 태스크포스를 통해 "사건문의 금지"와 "사적접촉 금지" 원칙을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 사건 문의와 사적 접촉에 해당하는지 위반 유형을 구체화하고, 규정을 어겼을 때 적용되는 징계 수위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퇴직한 선후배나 동료가 현직 경찰관에게 사건 처리 상황을 묻거나 수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내부 규정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유 직무대행은 "사건문의 금지나 사적 접촉 금지 원칙을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명문화하고, 적용 대상 확대, 위반 유형의 구체화, 징계양정 강화 등 관련 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퇴직 경찰관의 로펌 취업이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경사 이상 퇴직 경찰관은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퇴직 후 3년간 법무법인 등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 재취업할 때 심사를 받아야 한다. 퇴직 전 5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취업하려는 기관 사이의 관련성 등이 심사 대상이 된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퇴직 경찰관에게는 변호사법에 따른 수임 제한도 적용된다. 경찰 출신 변호사라고 해서 별도의 예외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나 검찰 등 다른 기관에서 퇴직한 변호사와 같은 규제를 받는다.
유 직무대행도 "퇴직해 수사 정보를 가지고 수임하는 문제는 경찰 출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공수처 등 출신도 동일하게 적용받는 사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경찰 출신만을 별도로 규제하기보다 수사기관 출신 변호사 전체의 전관 문제라는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고민은 형사사법 체계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비율은 17.1%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2%보다 2.9%포인트 상승했다. 건수로는 같은 기간 6만2000건에서 7만6000건으로 늘었다. 경찰은 수사 업무 증가에 대비해 기동대 인력을 일부 줄이고 수사 인력을 보강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수사권이 확대될수록 경찰 내부에서 사건을 처리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와 외부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하는 문제는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변호사 자격 경찰관에게 승진과 보직 기회를 넓혀 조직에 남도록 하면서 퇴직 이후에는 현직과의 사건 접촉을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대책이 동시에 나온 배경이다.
다만 경채 변호사 292명 가운데 84명이 이미 퇴직한 상황에서 승진 제도 개편만으로 이탈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경찰 수사 경험을 가진 퇴직자의 법조시장 진출이 늘어날 경우 "전경예우"를 차단할 행동강령과 징계 강화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느 정도 작동할지도 경찰이 입증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