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37)가 실종 신고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시신을 부검한 결과 치아가 장씨와 일치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최초 실종 신고 당시 담당 경찰관이 실제로 장씨와 연락하지 않고도 “무사하다”며 사건을 종결했던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장씨의 시신까지 확인되면서 경찰의 초동 대응과 허위 종결을 둘러싼 책임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25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전날 제주시 한림읍 대림리 인근 야자수 숲 밭에서 합동 수색 중 발견된 시신이 장씨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부검을 실시했다. 법치의관의 치아 감정 결과 실종된 장씨와 일치한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
시신은 발견 당시 지문이 소실된 상태였다. 경찰은 DNA를 채취해 긴급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부검 과정에서 특이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의 자세와 위치 등을 토대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인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장씨가 숙소를 나설 당시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와 전자담배도 함께 발견됐다. 팔찌와 반지 역시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장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실종 직전과 이후 통화 및 메시지 기록,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께 장기간 머물던 숙소를 나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된 뒤 행방이 끊겼다.
장씨의 연인은 사흘 뒤인 5월 15일 오후 6시43분께 제주서부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은 장씨와 실제 통화하지 않았는데도 “장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설명한 뒤 같은 날 오후 9시16분께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2시간30여 분 만이었다.
사건이 종결되면서 당시 한림항 일대에서 진행되던 경찰 수색도 중단됐다. 장씨의 소재가 실제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위 기록을 근거로 수색 인력이 철수한 것이다.
장씨의 연인은 이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달 17일 다시 신고를 시도했다. 그러나 A경장이 남긴 기존 기록 때문에 신고 접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장씨 가족이 같은 달 1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다시 신고하면서 수색이 재개됐다.
경찰은 한림항을 비롯해 장씨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였다. 지난 24일 오전 10시46분께 합동 수색에 참여한 경찰관이 제주시 한림읍 대림리 인근 야자수 숲 밭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실종 신고 이후 104일 만이었다.
장씨 사건은 A경장이 담당한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유사한 허위 종결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찰의 실종사건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대됐다.
A경장은 지난 7월 신고된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실제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실종자의 소재를 확인한 것처럼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남성은 뒤늦게 수색이 재개됐지만 실종 신고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경장이 과거 담당했던 다른 실종사건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 소재를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거나 전산 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처리한 사례가 추가로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실종사건 종결 과정에 대한 내부 통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담당자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산에 입력해 사건을 끝내더라도 관리자 단계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경찰청은 실무자가 실종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과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하는 이중 확인 절차를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장씨의 신원이 최종 확인되면서 수사는 이제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최초 신고 당시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장씨를 찾기 위한 첫 수색이 허위 기록으로 중단됐고 한 달여 뒤 재신고 시도마저 기존 기록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초 신고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어느 시점까지 장씨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었는지,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을 상급자가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가 이번 사건에서 규명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