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이 결국 구속됐다. 한 차례 긴급체포됐다가 법원의 체포적부심을 거쳐 석방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청은 사건 당시와 현재 제주서부경찰서장을 포함한 지휘라인 4명을 모두 대기발령하고 관리·감독 책임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법원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에 대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 경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이동했고 "장미란씨를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한 것이 맞느냐", "허위 종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장미란씨 실종사건과 지난 7월 신고된 60대 남성 실종사건을 담당하면서 실제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말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건의 결과는 심각했다.
지난 7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은 담당 경찰관의 사건 종결 이후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신고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장씨 사건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사건 처리가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에서 숙소를 나선 뒤 행방이 끊겼다. 이후 남자친구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부 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됐으며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가족이나 남자친구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는 부 경장이 장씨와 실제 통화한 사실을 뒷받침할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와 연락이 됐다고 처리한 것과 달리 경찰 내부 전산에는 장씨를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사건 처리 내용과 사망자로 분류한 전산 기록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부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실수였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단순 업무상 착오인지 의도적인 허위 사건 종결이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범행 동기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시기에 접수된 복수의 실종사건에서 비슷한 처리 방식이 반복된 만큼 경찰은 프로파일러까지 투입해 부 경장의 진술과 행동을 분석하기로 했다.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장씨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숙소에서 약 1㎞ 떨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담당 경찰관 개인의 형사책임을 넘어 제주서부경찰서 지휘·감독 체계에 대한 책임 문제로 번졌다.
경찰청은 사건 최초 접수 당시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현 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모두 대기발령했다.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의 안전을 실제 확인했는지, 사건 종결 근거가 적절했는지를 지휘라인에서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다.
경찰청은 실종사건 관리 시스템 자체도 손질하고 있다. 실무자가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과 과장 등 관리자가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이중 확인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수사 범위는 부 경장이 과거 처리한 다른 사건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부 경장이 담당했던 실종사건 가운데 안전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종결하거나 전산 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입력한 사례가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풀어야 할 핵심은 반복된 허위 종결의 이유다. 장씨와 연락이 됐다고 가족에게 알리면서 내부 전산에는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끝낸 배경이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담당 경찰관은 구속됐고 지휘라인도 업무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한 경찰관의 잘못된 입력과 보고만으로 실종자 수색이 중단되고 장기간 사건이 종결 상태로 남을 수 있었던 과정에서 상급자와 내부 시스템은 왜 이를 발견하지 못했는지가 경찰이 추가로 규명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