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직후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의 설치 문제를 알고도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된 것처럼 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를 받는 국토교통부 공무원 7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단순한 자료 작성 오류가 아니라 로컬라이저 설치 문제를 감추기 위해 불리한 규정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자료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입건한 국토부 공무원 7명 전원을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송치된 공무원은 참사 직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와 관련한 보도참고자료를 작성하거나 검토한 직원 4명과 총괄 책임자 3명이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사고 직후 국토부가 내놓은 로컬라이저 관련 설명 자료다.
경찰은 이들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어긋나게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취지의 자료를 작성해 배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로컬라이저 설치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데 불리한 규정은 제외하고 국토부의 기존 설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만 선별적으로 인용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경찰은 이러한 자료 작성이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문제를 숨기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을 따라 착륙하도록 유도하는 방위각 시설이다.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한 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참사 직후부터 콘크리트 구조물이 항공기 충돌 때 쉽게 부서질 수 있도록 설치돼야 하는 안전기준에 부합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이후 감사원 감사에서도 로컬라이저 설치와 관리 과정의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3월 공개한 "항공안전 취약 분야 관리실태" 감사에서 무안공항을 포함한 전국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가 부러지기 어려운 콘크리트 둔덕이나 기초구조물 위에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 높이는 2.4m에 달했다.
감사원은 일부 지방공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토공사 물량을 줄여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활주로와 주변 지형의 높이 차이를 그대로 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콘크리트 기초와 둔덕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했다.
문제는 참사 이후 국토부가 이러한 구조물의 설치 과정과 관련 규정을 어느 수준까지 파악하고 있었느냐다.
경찰이 국토부 직원들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사는 로컬라이저 자체의 설계·시공 책임을 넘어 참사 직후 정부의 대응과 정보 공개 과정으로 확대됐다.
앞서 국회가 구성한 12·29 여객기 참사 국정조사에서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의 설계·시공·관리 과정뿐 아니라 참사 이후 국가기관의 축소·은폐 시도 여부까지 조사 대상으로 포함됐다.
무안공항은 참사 이후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사고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는 유가족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 보존을 요구하면서 철거가 미뤄졌고, 공항 재개항 역시 로컬라이저 개선 공사와 유가족 협의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번 송치로 검찰은 경찰이 확보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국토부 공무원들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와 자료 작성 과정의 지시·보고 체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자료 작성에 참여한 실무자뿐 아니라 총괄 책임자까지 송치된 만큼 어떤 단계에서 문제가 있는 규정을 인지했는지, 자료 작성과 배포 과정에서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수사의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179명이 숨진 참사 직후 국민에게 제공된 정부 설명이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다는 경찰 판단이 나온 만큼 문제는 단순한 행정상 오류를 넘어섰다. 로컬라이저 설치 과정의 책임과 함께 참사 직후 국토부 내부에서 관련 문제가 어떻게 보고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대외 자료에서 빠졌는지까지 규명돼야 할 사안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