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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10조·SK하이닉스 40조 '돈 보따리' 풀었다…반도체 주주환원 경쟁 불붙어
입력 2026-08-22 10:18 | 기사 : 백설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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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카드를 잇달아 꺼냈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하자 삼성전자는 이틀 뒤 올해 최대 110조원에 이르는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현금창출력이 급증하면서 두 회사의 경쟁이 반도체 기술과 실적을 넘어 주주환원으로 번졌다.

먼저 움직인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407만주를 약 40조원에 장내에서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상장사가 발표한 자사주 취득·소각 가운데 최대 규모다. 매입은 20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주주환원 기준도 한 단계 높였다. 기존에는 누적 잉여현금흐름인 FCF의 "50%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실시했지만 앞으로는 "50% 이상"을 환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자사주 취득·소각과 현금배당을 병행하고 고정배당과 특별배당을 포함한 배당 확대도 검토한다.

삼성전자는 이틀 뒤 더 큰 숫자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주주환원 규모가 약 90조∼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최대 110조원은 국내 기업의 연간 주주환원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우선 3분기에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구체적인 배당 내용은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30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환원 재원은 올해 경영실적이 확정된 뒤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놓고 규모와 방식을 결정한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지급할 30조원은 지난해 연간 현금배당 약 11조1000억원의 2.7배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분기 정규배당을 제외하면 특별배당 규모가 27조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절대적인 주주환원 규모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선다. 하지만 당장 확정한 환원 방식과 규모에서는 SK하이닉스가 더 공격적인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환원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주주환원 규모로 최대 110조원을 제시했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한 환원책은 3분기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직접 매입해 전량 소각하는 방식을 확정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사들인 주식을 없애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보유 주식의 지분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금배당은 회사가 확보한 현금을 주주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주주환원의 기준에서도 차이가 생겼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 동안 발생한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기존 원칙을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FCF의 50% 범위 내"라는 기준을 "50% 이상"으로 바꿨다. 사실상 50%를 최소 기준으로 삼고 실적과 현금 상황에 따라 추가 환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시장 반응도 엇갈렸다.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 발표 직전인 19일 150만원이었던 주가가 20일 169만1000원으로 12.73% 뛰었다. 21일에도 2.31% 상승한 173만원에 거래를 마쳐 이틀 동안 15%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 최대 110조원이라는 전체 규모보다 당장 확정된 환원 규모와 방식, 향후 정책의 구체성을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가 대규모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AI 반도체 호황이 있다. 고대역폭메모리 HBM을 비롯한 AI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크게 늘었다.

기업에 쌓이는 현금이 불어나면서 시장의 요구도 달라졌다. 반도체 설비와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뒤 남는 현금을 얼마나 주주에게 돌려줄 것인지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상대 회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회사가 대규모 환원책을 내놓으면 다른 회사 주주들의 기대 수준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삼성전자의 최대 110조원 규모 주주환원 계획이 나온 것도 이런 경쟁 구도와 맞물렸다.

이번 발표가 끝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30조원을 우선 배당하고 남는 60조∼80조원 규모의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내년 1월 결정한다. 현금배당을 추가할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지가 관심사다.

SK하이닉스 역시 40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이후 추가적인 주주환원 가능성을 열어놨다. 향후 실적 발표 과정에서 배당을 비롯한 추가 환원책이 제시될지가 다음 관심사다.

AI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두 회사가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지는 주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차세대 공정과 HBM, 첨단 패키징 등에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주주환원을 확대하면서 미래 투자에 필요한 현금까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음 경쟁은 결국 그 균형에서 갈리게 됐다.

백설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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