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삼성전자는 자사 기기에 대한 수요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줄곧 힘써왔다. 그러나 삼성의 독자 애플리케이션(앱)들의 성적표는 경쟁 앱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IT 전문 블로그 디지트(Digits)는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의 조사를 인용해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가 기기에 기본 설치된 삼성 앱을 사용하는 시간이 경쟁 앱들을 사용하는 시간의 수십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는 갤럭시 S3와 S4를 사용하는 미국 사용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삼성 메시지 앱 '챗온'에 접속한 시간이 한달 평균 6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을 한 달 평균 11시간, 인스타그램을 2시간 이상 접속한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또한 챗온을 비롯해 음성 검색 앱 'S보이스', 앱스토어 'S허브' 등 삼성 자체 개발 앱의 한달 평균 사용 시간을 모두 합쳐도 7분 여에 그쳤다. 반면 구글 검색 앱과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앱을 사용한 평균 시간은 모두 합쳐 229분에 달했다.
삼성 앱 중 한달 중 사용시간이 가장 긴 것은 메모 앱인 'S메모'로, 3.9분을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S보이스(3.6분), 삼성앱스(1.2분) 순이었으며 삼성링크, 챗온, 그룹플레이는 각각 한달 평균 6초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의 보니 조이는 "사용자들이 삼성이 기기에 설치해 기본 제공하는 앱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삼성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챗온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서비스 상에서 하루 몇건의 메시지가 전송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WSJ는 삼성이 지난 해 챗온 사용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챗온이 갤럭시 S3와 S4에 기본 제공돼 삭제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은 다양한 자체 개발 앱들을 기기에 기본 설치해 제공하는 것에 대해 사용자가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갤럭시 S5에는 건강 관리 앱인 '라크(Lark)'와 주소록 공유 앱 '플릭 댓(Flick Dat)'이 추가됐다.
WSJ는 갤럭시를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마트폰으로 만든 삼성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의 배리 길버트 부사장은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은 자체 브랜드 서비스를 전달하기에 이상적인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삼성은 자사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차별화된 앱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