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ㆍ연예 라이프ㆍ문화 오피니언ㆍ칼럼 의료
칼럼)“20년 추심의 끝”… 상록수 청산 절차 착수, 11만 장기채무자 ‘빚 굴레’ 벗어나나
입력 2026-05-14 13:59 | 기사 :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카카오톡


20년 넘게 이어져 온 장기 연체채권 추심 문제가 결국 사회적 논란 끝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가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장기 채무에 시달려온 약 11만 명의 취약계층 채무자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기 추심 구조를 강하게 비판한 직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돈놀이도 정도껏 하라”, “죽을 때까지 빚이 10배, 20배로 불어나는 구조가 과연 국민적 도덕감정에 맞느냐”고 질타하며 사실상 금융권의 장기 추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생계형 채무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 고통 속에 살아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김모 씨는 IMF 외환위기 이후 실직과 사업 실패로 약 4천만 원의 빚을 떠안았다.

낮에는 봉제 일을 하고 밤에는 건물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지만, 연체 이자와 장기 추심이 반복되면서 채무는 1억 원대까지 불어났다.

신용불량 상태가 장기화되며 정상적인 금융생활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카드 발급은 물론 휴대전화 개통조차 어려워 가족 명의를 사용해야 했고,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현금 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다른 70대 기초생활수급자는 20여 년 전 지인의 보증을 섰다가 원금 430만 원이 2천만 원대로 불어난 사례로 알려졌다.
채권추심 과정에서 임대아파트 보증금 가압류 가능성까지 통보받으며 극심한 불안감 속에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상록수’가 애초 신용불량자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설립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장기 연체채권은 원금보다 이자가 더 커지는 구조 속에서 사실상 평생 추심 체계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금융권 안팎에서는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채권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끝까지 압박하는 구조가 과연 공공성과 금융정의에 부합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지속돼 왔다.

새 정부의 ‘새도약기금’ 정책으로 일부 채무자는 원금 감면 혜택을 받았지만, 민간 채권을 보유한 상록수 측은 장기간 별다른 채무조정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대통령의 공개 질타 이후 상록수는 청산 절차에 착수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라 장기 추심 대상자 상당수가 채권 소멸 또는 대폭 감면 가능성을 기대하게 됐다.

금융당국 역시 후속 점검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민간 배드뱅크뿐 아니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 중인 7년 이상 장기 부실채권 약 4천9백억 원 규모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실태 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채무탕감 문제가 아니라 “장기 연체채권 관리 체계 자체를 재검토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채권을 수십 년간 유지하는 것은 금융 효율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며 “생계형 취약계층에 대한 재기 지원과 금융질서 유지 사이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복적인 채무 탕감이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채무조정 확대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인지 역시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이번 상록수 청산 결정은 단순한 금융 이슈를 넘어, 한국 사회가 ‘평생 빚 추심’이라는 오래된 구조를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년 넘게 이어진 빚의 족쇄.
이제 그 구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을지 금융권과 사회 전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신문사 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기사제보
한국미디어일보 / 등록번호 : 서울,아02928 / 등록일자 : 2013년12월16일 / 제호 : 한국미디어일보 / 발행인 ·  대표 : 백소영, 편집국장 :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편집인 : 백승판  / 발행소(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99, 4층 402호 / 전화번호 : 1566-7187   FAX : 02-6499-7187 / 발행일자 : 2013년 12월 16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소영 / (경기도ㆍ인천)지국, (충청ㆍ세종ㆍ대전)지국, (전라도ㆍ광주)지국, (경상도ㆍ부산ㆍ울산)지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지국 / 이명기 전국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