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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멸칭 정치가 남긴 상처…더불어 민주당전당대회가 품격을 잃어서는 안 된다
입력 2026-06-17 17:54 | 기사 :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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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본래 경쟁의 영역이다. 서로 다른 가치와 철학, 정책과 비전을 가진 세력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한다. 

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다. 그러나 경쟁이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고 증오와 조롱으로 변질될 때 민주주의는 건강성을 잃게 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른바 '문조털래유', '새똥돼주길'과 같은 자극적인 멸칭이 등장하며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을 묶어 조롱하는 표현들이 지지층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정치적 논쟁은 점점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물론 정치권에서 별칭이나 정치적 풍자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 정치사는 오랜 기간 수많은 계파와 정치적 갈등을 경험해 왔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단순한 풍자의 수준을 넘어 상대를 혐오와 조롱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문화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 역시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특정 계파를 비하하는 표현이 등장하면 또 다른 진영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멸칭을 만들어 맞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격과 반격, 조롱과 재조롱이 꼬리를 물면서 정작 정책과 비전은 사라지고 감정적 대립만 남게 된다.

국민들은 정치권의 계파 갈등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과 노선은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당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문제는 갈등의 방식이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누가 누구를 더 자극적으로 비난하는지가 아니다.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쟁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SNS에서는 상대 진영을 향한 공격성 발언이 경쟁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정치인들도 때로는 이를 제어하기보다 묵인하거나 활용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때가 있다.

정치 팬덤 문화 역시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과 비판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마치 특정 집단에 소속되는 것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정치인은 정책보다 충성도를 평가받고, 지지자들은 상대 진영과의 대화보다 적대감을 키우게 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문화는 결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 진영에서도, 진보 진영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반복되어 왔다. 특정 정치인을 향한 비하성 별명과 과도한 공격, 온라인상에서의 집단적 조롱은 이미 한국 정치 전반의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갈등이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키운다는 점이다. 정치가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니라 진영 간 전쟁처럼 비쳐질 때 국민들은 정치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특히 미래 세대는 정치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를 공격하는 공간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 대표 선출을 넘어 향후 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열띤 토론과 경쟁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품격과 절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치는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는 과정이다. 민주주의는 적을 만드는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제도다. 아무리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상대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 민생경제 침체, 부동산 문제, 청년 실업, 지역 소멸, 저출산 등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계파 간 멸칭 경쟁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리더십이다.

전당대회는 축제여야 한다. 당의 미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되 결과에 승복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만약 전당대회가 계파 간 감정 대립과 혐오의 장으로 기억된다면 그것은 특정 계파의 승패를 떠나 민주주의 전체의 손실이 될 것이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그러나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상처 입히기도 한다. 오늘 정치권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생각보다 현명하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지보다 누가 더 품격 있게 행동하는지를 기억한다. 상대를 향한 조롱보다 국민을 향한 책임감이 앞서는 정치, 멸칭보다 정책이 중심이 되는 정치가 지금 우리 사회가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전당대회는 언젠가 끝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긴 상처와 분열은 오래 남는다. 승자도 패자도 결국 같은 정당, 같은 공동체 안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은 절제와 품격이다.

정치의 수준은 결국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에서 드러난다. 지금 한국 정치가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은 상대를 향한 멸칭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비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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