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형사사법체계 개편 국면에서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수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를 마친 뒤 청와대와 인사혁신처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사퇴 의사를 내비쳤지만 실제 사직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사직서에 건강 문제와 함께 검찰개혁 관련 주요 입법이 마무리됐다는 취지의 사퇴 이유를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는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그동안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피해자 보호와 실체적 진실 규명에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왔다.
지난 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는 "이렇게 빛의 속도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선의를 갖고 새로운 제도를 설계했지만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며 제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거나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건강 문제도 사퇴 이유로 거론해 왔다. 정 장관은 심각한 수면장애가 최근 악화돼 장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정 장관의 사퇴 의사를 여러 차례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정 장관에게 "잘하시고, 잘 버티시라"고 말해 형사사법체계 전환 작업을 계속 맡아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 장관의 사직서가 수리되면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대통령이 사직서를 수리하기 전까지 정 장관의 법무부 장관 신분은 유지된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법무부 수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후임 인선과 조직 전환 작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 장관의 사직서를 이 대통령이 수리할지, 남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다음 절차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