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신임 대법관 후보자 제청 방식을 놓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지 않은 일방통보”라고 규정했다. 대법원 측에서 서면 제청 방식이 사전에 합의됐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온 데 대해서도 “협의 자체가 없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1일 오마이TV에 출연해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서면 제청 여부 등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해서 전혀 협의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성 수석은 이번 제청 절차를 두고 “협의를 건너뛰어 대통령 임명권을 존중하지 않는 일방통보 절차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이뤄져 온 사전 협의 절차가 이번에는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논란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하면서 불거졌다. 손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임기가 끝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 부장판사는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제청됐다.
대법원은 후보자를 제청하면서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 사법부 독립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보자 자체와 별개로 제청이 이뤄진 방식이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거나 대통령 측과 협의하는 기존 절차가 이번에는 생략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성 수석은 “기존에 구축돼 있던 관행과 관례를 벗어난, 전례가 없던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87년 이후 여러 관례들을 살펴보고 법률적인 부분들도 검토해 나가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다룰지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당장 제청을 수용하거나 거부하겠다는 결론을 내놓지는 않았다. 헌법과 관련 법률이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뿐 아니라 그동안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서 실제 제청 절차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까지 살펴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에게는 제청권이, 대통령에게는 임명권이 각각 부여된 구조다. 이번 논란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권한뿐 아니라 제청 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어느 범위까지 협의해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손봉기 부장판사의 제청을 다시 요구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청와대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성 수석은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법률적인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이를 바탕으로 판단 내리려고 한다”며 “숙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제청 요구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청와대가 실제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떤 절차가 가능한지 등도 법률 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성 수석은 내부에서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부글부글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의 용어인 것 같다”며 “아주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관 후보자가 최종 임명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앞서 청와대가 이번 제청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먼저 정리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충돌은 특정 후보자의 적격성 문제를 넘어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실제 인선 과정에서 어떻게 조율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문제로 번졌다. 청와대가 “일방통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한 만큼 기존 제청 관행을 법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이번 제청을 그대로 받아들일지가 첫 판단 대상이 됐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