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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예상 못 한 상황에 당황…선의의 기부가 ‘1억5천’ 되팔이로 얼룩져

정호용 기자 | 입력 26-05-06 22:06



방송인이자 작가 기안84가 첫 개인전 당시 선보였던 원화 한 점이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 억대 매물로 등장하며 미술계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판매 희망가로 제시된 금액이 당시 전시회 전체 수익금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확인되면서 예술품을 활용한 과도한 재테크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중고 거래 서비스 당근에는 기안84의 작품 별이 빛나는 청담 원본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은 1억 5000만 원이다. 해당 작품은 기안84가 지난 2022년 3월 서울 강남구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 풀소유에 출품했던 연작 중 하나로 알려졌다.

당시 기안84는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을 차용해 서울 주요 지역의 부동산 욕망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별이 빛나는 청담 외에도 압구정, 성수, 잠실 등을 배경으로 한 연작들은 방송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 등을 통해 제작 과정과 전시 현장이 상세히 공개되며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전시 종료 후 기안84는 판매 수익금 8700만 원 전액을 아동복지협회에 기부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기부금은 전국 보육원 청소년 15명의 미술 교육비로 지원됐다. 작가가 공익적 목적을 강조하며 수익을 환원한 사업의 결과물이 단기간에 수억 원대 차익을 노린 매물로 변질되자 비난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작품 가격 측정의 적절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전시 전체 수익금보다 작품 한 점의 리셀가가 높은 상황이 당혹스럽다고 적었다. 작가가 생존해 활동 중인 상황에서 희소성 대비 가격 거품이 지나치다는 지적과 함께 기부 취지를 퇴색시키는 상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래 플랫폼의 특성상 고가의 미술품이 이처럼 공개적인 중고 시장에 나오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통상 억대 규모의 미술품은 전문 경매사나 갤러리를 통해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매물을 올린 작성자는 자신을 향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자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해당 게시글을 삭제한 상태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가 유명세를 이용한 단기 시세 차익 노림수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작가의 인지도에 기대어 산 작품을 개인 간 거래로 되파는 행위 자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으나, 공익성이 강조된 전시 출품작이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이번 사건은 대중 예술가의 작품이 시장에서 소비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윤리적 책임을 둘러싼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기안84 측은 이번 리셀 논란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술품의 공적 가치와 사적 재산권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 가격 왜곡 문제는 향후 스타 작가들의 전시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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