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취임 연령이 20대부터 60대까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재계 세대교체와 리더십 변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을 이끄는 시점은 그룹의 역사와 승계 구조, 경영 환경에 따라 크게 달랐다. 일부 총수는 20~30대의 젊은 나이에 경영 전면에 나선 반면, 다른 총수는 50~60대에 그룹을 맡으며 안정과 경험을 중시하는 경영을 이어갔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룹 경영을 맡은 대표적인 사례다. 김 회장은 1981년 29세에 회장에 취임하며 일찍부터 그룹을 이끌었다. 이후 방산과 화학, 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한화그룹의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1998년 30대 후반에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반도체와 통신, 에너지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며 장기간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2018년 40세에 회장에 취임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룹을 맡은 뒤 전장과 배터리, 인공지능 등 미래 성장사업을 강화하며 세대교체의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았다.
HD현대 정기선 회장도 40대 초반에 그룹 경영의 중심에 섰다. 조선과 에너지, 건설기계 등 기존 주력 사업에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기술을 접목하며 젊은 경영인 세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2020년 40대 후반에 회장에 취임했다. 전기차와 수소,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새로운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40대 초반에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사례다. 식품 중심이던 사업을 문화와 미디어, 물류, 바이오 등으로 확대하며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등은 50대에 그룹의 최고 경영자 위치에 올랐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2022년 54세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반도체와 인공지능, 바이오 등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1년 50대 중반에 회장에 취임했다.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이끌면서 최근에는 바이오와 첨단소재 등 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역시 50대 중반에 그룹 회장을 맡아 에너지와 첨단기술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해왔다.
GS그룹 허태수 회장은 60대 초반에 회장에 취임한 사례로 꼽힌다.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 벤처 투자 등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총수의 취임 나이 자체보다 어떤 경영 환경에서 그룹을 맡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창업주나 2세 경영인이 예상보다 일찍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젊은 나이에 총수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지배구조와 경영 시스템이 보다 복잡해지면서 일정한 경영 경험을 쌓은 뒤 그룹 최고 의사결정자로 올라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세대에 따라 경영 방식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젊은 총수들은 인공지능과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에서도 변화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오랜 경험을 가진 경영인은 기존 사업의 안정성과 위기관리, 장기적인 사업 재편 등에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국내 주요 그룹에서 2세와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재계의 세대교체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총수들의 취임 연령은 크게 다르지만 각 그룹이 직면한 과제는 비슷하다. 글로벌 경기 변동과 기술 경쟁, 인공지능 전환,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대가 달라져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는 변하지 않는 만큼 각 그룹 총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미래 전략을 펼쳐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