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 충격과 인공지능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코스피는 15일 개장과 동시에 5% 넘게 급락하며 5600선으로 밀렸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인 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5.80포인트, 5.59% 하락한 5673.01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9시 11분 기준으로는 낙폭을 일부 줄여 5708.50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5% 안팎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4400억원과 11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은 약 5800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5분 동안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지난 13일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이후 2거래일 만이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질 때 발동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전 거래일보다 6.98% 내린 132만원에 거래됐고 삼성전자도 5.17% 하락한 22만원선으로 밀렸다. 삼성전기와 SK스퀘어는 각각 8%대와 7%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삼성SDI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배터리·에너지 관련 종목도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39.43포인트, 4.79% 내린 784.45로 출발했다. 개장 직후 하락 폭이 5%대로 확대되면서 코스닥 시장에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오전 9시 11분 기준 코스닥은 779.97을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1200억원과 30억원가량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약 1300억원을 순매수했다. 주성엔지니어링과 HPSP, 심텍, 원익IPS 등 반도체 장비·부품주가 7∼8%대 하락했고 LS머트리얼즈는 10% 넘게 떨어졌다.
국내 증시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시장 예상을 웃돈 미국 소비자물가가 꼽힌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해 시장 예상치 3.6%를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6%로 예상치 2.5%보다 높았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다시 키웠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가 상승하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14일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09% 하락한 5만1621.48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1.11% 내린 7718.9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8% 급락한 2만6674.74로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인공지능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기술주 조정을 키웠다. 국내 증시에서는 그동안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의 비중이 높은 만큼 미국 기술주 하락의 충격이 확대됐다.
이날 장세는 개장 직후 수급을 기준으로 한 만큼 지수와 투자자별 매매 규모는 장중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외국인의 추가 매도 규모와 기관의 방어 매수 지속 여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낙폭 회복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았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