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권의 실효성을 둘러싼 검경 간의 신경전이 수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처리한 수십만 건의 사건 중 검찰의 개입으로 판단이 바뀐 경우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자체 집계 결과를 내놓으며 검찰의 직접수사 확대 논리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송지헌 서울경찰청 수사심의계장은 지난해 서울청이 처리한 23만 6,911건의 사건 전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송 계장의 발표에 따르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및 재수사 요청을 거쳐 송치 또는 불송치 의견이 최종적으로 바뀐 사건은 2,189건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사건의 0.74%에 해당하는 수치다.
송 계장은 토론 도중 발언대를 향해 몸을 숙이며 수치 하나하나를 짚어 나갔다. 그는 검사가 개입한 사건 중 약 92%는 경찰의 당초 판단이 종결 시점까지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한 나머지 8% 내외의 사건들도 대부분 유죄 입증 보강을 위한 절차였을 뿐, 사실관계 자체가 뒤집힌 사례는 극소수라는 것이 경찰 측 분석이다. 송 계장은 이를 근거로 경찰 수사가 미진해 사건이 암장된다는 주장은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고 선 그었다.
현장에서는 검찰이 최근 홍보 중인 보완수사 우수 사례에 대한 현직 수사관들의 구체적인 반박도 나왔다. 유한종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검찰 사례집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두고 경찰이 검찰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 낸 협력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유 과장은 해당 사례들이 검찰의 독자적인 성과로 포장되는 현상에 대해 언론 보도 타이틀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내세우는 매일 50건의 진범 검거 주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송 계장은 서울청 소속 수사 경찰 5,000명이 처리하는 양을 고려할 때 검찰이 주장하는 수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산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검사가 기소 취지로 재수사를 요구해 결과가 바뀐 건수는 455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발언을 이어간 경찰 관계자들은 오히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가 보완수사의 질을 높였다는 해석을 내놨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지 않게 되면서 보완수사 요구를 더 충실히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고, 이것이 수사 완결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모델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사관들 사이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정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 언급됐다.
이번 토론회는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을 앞두고 수사권 구조 개편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 열렸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선거 이후 공소청 검사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를 두고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이 공개한 이번 데이터가 향후 입법 과정에서 보완수사 범위 설정의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