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폭행 피해' 국가배상 인정에도…김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 씨가 충청남도에 자신을 상대로 한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해 달라는 공식 민원을 제기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충남도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만큼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추심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씨는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신문고를 이용해 충남도에 공식 민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해당 사안을 소송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소송비용 추심 포기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심 절차를 유보하고 소송심의위원회 회부 여부와 심의 일정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와 근거를 밝혀달라는 내용도 민원에 포함했다. 김 씨는 지난 18일에도 SNS를 통해 충남도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됐음에도 피해자인 자신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추심 포기와 소송심의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김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비롯됐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 씨를 상대로 성폭력과 강제추행 등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후 형기를 마치고 2022년 만기 출소했다.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행위가 충남도지사 직무집행과 관련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뿐 아니라 충남도의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됐으며 해당 판결은 지난해 4월 확정됐다. 다만 김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 전부가 인정된 것은 아니어서 재판부는 소송비용 가운데 일부를 김 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후 충남도가 최근 법원에 소송비용액 확정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현재 김 씨는 법원이 산정한 소송비용 금액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다만 충남도는 법원에 소송비용액 확정을 신청하는 절차와 실제로 해당 비용을 피해자에게 추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법원이 부담할 소송비용 액수를 결정한 이후 실제 회수 또는 추심 여부를 별도로 결정하게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씨가 요구한 소송심의위원회 회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도의 현행 '소송사무 처리 규칙'에는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 있다. 해당 규칙 제22조는 공익소송 등을 포함해 상대방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공익 추구 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은 경우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씨는 이 규정을 근거로 자신의 사건 역시 소송심의위원회에서 추심 포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충남도가 자신이 근무했던 일터이자 소속 노동자를 보호해야 했던 지방정부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송비용이 생계와 치료를 이어가고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돈이라고 호소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민사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는 과정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소송비용을 둘러싼 추가적인 법적 절차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다시 늦출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여성단체도 충남도에 소송비용 추심 포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충남도의 국가배상책임이 확정된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피해자의 권리구제 절차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충남도에 소송심의위원회 회부와 추심 포기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를 '2차 가해'라고 규정했지만, 이는 해당 단체의 평가다. 충남도가 김 씨의 요구에 따라 사건을 소송심의위원회에 회부할지, 또 법원이 확정하는 소송비용에 대해 실제 추심을 포기할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