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통령실과 사법부 사이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격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유감을 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청와대가 요청한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에 대해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고 요구한 지 25일 만에 나온 공식 답변이다. 이번 결정으로 후보자 제청 절차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대법원 간 이견은 물밑 협의 수준을 넘어 공개적인 충돌로 이어지게 됐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실질적인 협의 없이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제청했다며 지난달 28일 재제청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대법원 사이에 실질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제청이 충분한 논의 없이 서면으로 이뤄졌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통상 대법관 후보자 제청은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사법부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합성을 두고 사전에 의견을 교환해왔지만, 이번에는 적임자에 대한 판단과 협의 방식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대법관 제청권의 독립성과 사법부의 권한이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인사 검증 절차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거부 입장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당초 청와대는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자가 제청된 점을 문제로 들었지만, 조 대법원장이 헌법적 근거를 요구하며 재제청을 거부하면서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의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것은 사법부가 행정부와 국회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시도라며 “사법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민주당의 반발은 단순히 후보자 개인의 적합성 문제를 넘어 대법관 임명 절차와 사법부의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상 대법관 제청권을 근거로 들고 있고,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어느 정도까지 협의해야 하는지, 또 청와대가 제청된 후보자에 대해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다. 양측이 각각 헌법과 관례를 근거로 입장을 내놓고 있어 향후 정치권과 법조계의 논쟁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정부가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후보자 제청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대법관 임명 일정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사법부 간 협의 관행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