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빠른 시대를 살아간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더 높이 올라가야 하며, 남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경쟁을 요구하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한다.
그러나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문득 멈춰 서는 순간이 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2,500여 년 전 노자는 『도덕경』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미 하나의 길을 이야기했다.
억지로 채우려 하지 말고, 때로는 비울 줄 알며, 남을 이기려 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고.
노자의 철학에서 물은 특별하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생명을 살리고, 단단한 바위조차 긴 세월 끝에는 변화시킨다.
강한 것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보다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더 큰 힘을 가질 때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려 한다.
돈, 명예, 성공, 인정, 사랑.
하지만 노자는 채우는 것만큼 비우는 것의 가치를 말한다.
잔이 쓸모 있는 것은 그 안이 비어 있기 때문이고, 방이 쓸모 있는 것은 비어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미움으로 가득 차 있으면 사랑이 들어올 자리가 없고,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 행복이 머물 공간이 없다.
그래서 인생에는 때때로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떠나야 할 사람을 보내주는 것도 용기이고, 끝난 인연을 붙잡지 않는 것도 용기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이며, 자신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용기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자의 시선은 다르다.
남을 이기는 사람보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강하고, 남을 아는 것보다 자신을 아는 것이 더 깊은 지혜라고 말한다.
결국 삶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은 세상과의 싸움이 아니다.
자신의 욕심, 분노, 두려움과 싸우는 일이다.
오늘의 사회는 너무 많은 말로 가득하다.
서로를 비난하고, 편을 가르고, 조금 다른 생각만 가져도 등을 돌리는 일이 반복된다.
정치도, 사회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일수록 노자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묻는다.
“왜 반드시 이겨야 하는가.”
때로는 이기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설득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앞서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더 오래간다.
인생도 그러하다.
젊은 시절에는 높은 곳을 바라보지만 세월이 흐르면 결국 소중했던 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뜻한 밥 한 끼,
안부를 물어주는 한 사람,
아프지 않은 하루,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저녁.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아가느라 미처 바라보지 못했을 뿐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 책에 가깝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누군가보다 뒤에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남보다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을 잃지 않는 것이다.
삶은 결국 도착하는 경쟁이 아니다.
걸어가는 과정에서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의 손을 잡아주었으며,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면 잠시 멈춰도 된다.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흐르는 물처럼 때로는 돌아가고, 때로는 낮은 곳으로 흐르며, 그렇게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
노자가 수천 년을 건너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은 어쩌면 아주 단순하다.
“너무 애쓰지 말라.
너무 가지려 하지 말라.
그리고 너 자신을 잃지 말라.”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돌아보게 될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따뜻한 사람으로 살았는가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조금 덜 욕심내고,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어쩌면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자의 『도덕경』이 남긴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새로운 가르침인지도 모른다.
이명기 대기자·논설위원
한국미디어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