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비만치료제의 기반이 된 GLP-1 연구와 양자컴퓨팅, 정밀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이 유력 후보 분야로 거론되는 가운데 한국인 과학자의 첫 노벨과학상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현지시간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노벨상 후보 명단과 심사 과정은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공식 발표 전까지 결과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글로벌 학술정보기업 클래리베이트는 매년 논문 피인용 횟수와 연구 영향력 등을 바탕으로 노벨상 후보 분야와 연구자들을 선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연구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주요 예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생리의학상 후보로는 비만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 등의 기반이 된 GLP-1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GLP-1은 식사 후 분비돼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관련 연구에는 대니얼 드러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옌스 홀스트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스베틀라나 모이소프 미국 록펠러대 교수가 참여했다.
빛의 간섭을 이용해 생체 조직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광간섭 단층촬영 기술과 면역세포의 부착 분자 연구도 생리의학상 후보 분야로 거론된다. 두 연구 모두 질병 진단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활용되는 기초기술로 평가된다.
물리학상에서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후보로 꼽힌다. 인광 유기발광다이오드와 열활성화 지연형광은 전기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줄여 발광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아다치 치하야 일본 규슈대 교수, 스티븐 포레스트 미국 미시간대 교수 등이 관련 연구자로 거론된다.
자성과 전기성을 동시에 갖는 자기전기 다강체 연구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이 소재는 반도체에 적용할 경우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차세대 소자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 이상홀 효과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중국 칭화대 쉐치 쿤 교수 등 양자컴퓨팅 관련 연구자들도 후보로 언급된다.
화학상 분야에서는 자기조립 현상, 단백질 내부의 전자 전달 원리, 정밀 유전자 편집 기술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특히 정밀 유전자 편집은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연구다. 단일 염기 수준에서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로, 데이비드 리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대표적인 연구자로 거론된다.
한국인 과학자의 수상 가능성도 관심사다.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올해 예측 명단에는 한국인 연구자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내 과학계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를 주목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실리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다.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는 2012년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해당 분야가 노벨상 후보로 선정될 경우 박 교수와 일본 미야사카 쓰토무 교수, 영국 헨리 스네이스 교수 등이 공동 수상자로 거론될 수 있다.
다만 클래리베이트의 예측은 노벨위원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실제 수상 분야와 연구자는 비공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올해 노벨과학상에서 최신 치료기술과 인공지능·양자 기술이 선택될지, 한국 과학계가 첫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지는 다음 주 발표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