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 공약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상가 시장은 여전히 거래 절벽과 높은 공실률에 시달리며 ‘유령상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상가 수분양자들은 세종시 설립 초기 수요 예측 실패와 과도한 분양가를 상가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5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25.2%로, 전국 평균(13.2%)의 두 배에 달하며 전국 주요 도시 중 가장 높다. 이는 상가 4곳 중 1곳 이상이 비어있다는 의미이다.
거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세종시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는 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건)보다 줄었다. 이로 인해 임대료와 수익성도 함께 떨어졌다. 1분기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2.3%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투자수익률은 -0.18%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강영희 세종상가해결민간추진단장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실률은 통계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공실률이 97%에 이르는 건물도 있고, 5년째 공실이 이어져 파산 위기에 몰린 수분양자도 수두룩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상가를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분양한 탓에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아졌고, 이로 인해 임대료까지 따라 올라 공실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다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초기 도시계획에서 수요 예측에 실패해 상가가 과잉 공급됐고, 상권은 자생력이 없다 보니 거래가 뚝 끊겼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공사장 손님들 덕에 그럭저럭 영업이 됐지만, 지금은 공무원이라는 제한된 수요층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특히 선거철에는 회식 수요마저 끊겨 상권이 더 위축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세종시 아파트 시장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 상승 거래 비중은 52.7%로 전월(45.3%) 대비 7.4%포인트 올랐으며, 이는 2023년 6월 이후 최고치이자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대통령실, 국회, 정부 부처 이전 등에 대한 기대감이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 시장에서도 상가와 주택의 온도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세종시 상가의 낙찰률은 18.3%에 그쳐, 경매에 나온 상가 5곳 중 4곳은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달 상가 낙찰가율은 36.6%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세종시 주거시설의 낙찰률은 47.7%로 전월 대비 20.1%포인트 상승했고, 아파트 낙찰가율은 82.3%로 3개월 연속 80%대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거래 급증이 상가 시장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종시는 상가가 과잉 공급된 데다, 젊은층 비중이 높아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더 빠르게 전환되는 점도 상권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며 “아파트와 상가는 수요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집값 상승이 상가 회복으로 직결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도 “아파트는 실거주나 자산 증식 수요가 중심이지만, 상가는 지역 상권의 유동인구와 소비력에 영향을 받는다”며 “근본적으로 상권 자생력이 살아나야 상가 시장도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