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한 "초호황기",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공식 진입했다고 29일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을 통해 이같이 진단하고, 특히 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부족 현상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중장기 전망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HBM 제품은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솔드아웃", 즉 완판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HBM이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수준이지만, 회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HBM이 현재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을 견인하는 압도적인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회사는 이러한 공급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SK하이닉스 측은 "HBM 수요가 인공지능(AI)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공급이 단시일 내에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급망의 타이트한 상황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며, 가격 역시 현재의 높은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의 시장 호황이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경험했던 과거의 슈퍼 사이클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사이클이 특정 응용처의 수요에 크게 의존했다면, 현재의 호황은 AI로의 근본적인 전환이 시장 전체를 이끌고 있어 "훨씬 폭넓은 응용처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 수요는 AI 서버뿐만 아니라 일반 서버 부문에서도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와 데이터센터 확장이 맞물리면서 내년도 전체 서버 세트(완제품) 출하량이 약 10% 후반대의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메모리 시장이 연초의 예상을 뒤엎고 전 제품군에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현상 역시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미래 기술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차세대 6세대 HBM 제품인 HBM4를 올해 4분기부터 출하하기 시작해, 2026년부터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여러 대외 변수가 많아 공급 물량뿐만 아니라 제품 믹스를 확정 짓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객 요구에 맞춘 제품 샘플링을 제작했고 대량 공급을 위한 생산도 시작했다"고 강조하며 기술 리더십과 공급 능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