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의 병원 8곳이 향정신성 의약품인 식욕억제제를 다이어트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식욕억제제 팬디메트라진을 장기간 처방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병원 의사 9명과 환자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 사용 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체중 감량을 희망하는 환자 26명에게 팬디메트라진을 장기간 처방했다.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환자에 한해 단기(4주 이내) 처방이 가능하며, 최대 사용 기간은 3개월을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적발된 병원 중 일부는 환자의 체중이나 건강 상태를 묻지도 않은 채 처방전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대다수는 30~40대 여성으로, 일부는 7년 이상 장기간 약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식욕억제제는 단순한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닌 치료용 약물로, 장기 복용 시 우울증·불안장애·불면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에서는 한 환자가 10년간, 또 다른 환자가 7년간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환자의 진료기록부에 명확한 진단명조차 기재하지 않은 채 환자의 진술만으로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병원 외에도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유사한 불법 처방 사례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식욕억제제 남용은 마약류 중독과 다름없는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