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갖고 북미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하며 탐색전을 벌였다.
김 총리는 회동 직후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 상당 부분이 북한 문제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리에게 "김 위원장이 미국이나 나와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며 한국 정부가 파악한 북한의 속내를 직접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김 총리는 최근 북한의 대미 수사가 관계 정상화를 암시하는 방향으로 미세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총리는 "북한의 표현이 '못 만날 이유가 없다'에서 '사이가 나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진전됐다"며 대화 가능성을 살리기 위한 접촉 확대를 제안했다. 특히 북미 관계의 실타래를 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영리하다(Smart)"며 즉석에서 보좌관에게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고 김 총리는 전했다.
이번 회동은 당초 일정에 없던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 번개 회동' 형식으로 성사됐다. 김 총리가 백악관 신앙사무국 국장인 폴라 화이트 목사와 면담하던 중 화이트 목사의 주선으로 통역 없이 20여 분간 대화가 이어졌다. 집무실에는 이란 관련 회의를 마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배석해 동북아 안보 현안에 대한 미 수뇌부의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경제 현안과 관련해서는 전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한국을 포함한 16개국 대상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조사가 특정 국가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아닌 보편적 절차임을 강조하며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유리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향후 실무 접촉의 강도와 시점이 관건이 됐다. 김 총리가 제안한 '구체적 아이디어'가 한미 간 조율을 거쳐 실제 대북 제안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북미 관계 향방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모종의 조치'가 실제 북미 간 물밑 접촉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한 정보 수집 단계에 그칠지에 따라 동북아 정세는 다시 한번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