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17세 이하(U-17)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 정상 탈환을 향한 첫 관문을 대승으로 통과했다. 대표팀은 2일 중국 쑤저우에서 치러진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필리핀을 5-0으로 제압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공격의 핵심인 백서영(경남로봇고)은 이날 경기 시작 6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낸 데 이어 전반 14분과 34분에 잇따라 골망을 흔들며 전반전에만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백서영은 후반 10분에도 네 번째 골을 기록하며 상대 수비진을 무력화했다. 한국은 후반 22분 김희나(울산현대고)의 쐐기 골까지 더해 다섯 점 차의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기록 수치에서도 압도적인 격차가 드러났다. 한국이 경기 내내 33개의 슈팅을 쏟아붓고 그중 17개를 골문 안으로 보낸 반면, 필리핀은 단 2개의 슈팅에 그쳤고 유효 슈팅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필리핀 수비진은 한국의 빠른 측면 돌파와 문전 앞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경기 내내 자기 진영에 갇힌 채 수세에 몰렸다.
한국 대표팀은 2009년 대회 우승 이후 17년 만의 정상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전 대회인 2024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는 3위에 머물렀던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이다영 감독은 경기 후반 점수 차가 벌어지자 교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전술적 실험을 병행하는 여유를 보였다.
같은 조의 북한 역시 무서운 화력을 과시하며 한국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통산 4회 우승국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북한은 같은 날 열린 대만과의 1차전에서 10-0이라는 기록적인 점수 차로 승리했다. 북한의 간판 공격수 유종향은 혼자서 5골을 몰아치며 득점 부문 선두로 나섰다.
한국의 다음 일정은 5일 대만전이다. 이후 8일에는 조 1위 결정전이 될 가능성이 큰 북한과의 최종전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과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8강 토너먼트 대진운이 결정되는 만큼, 대표팀은 대만전 승리를 통해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짓고 북한전에 총력을 다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회는 총 12개국이 3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며 각 조 1, 2위와 성적이 좋은 3위 중 2개 팀이 8강에 진출한다. 특히 이번 대회 4강에 진입하는 팀에게는 오는 10월 모로코에서 개최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주어진다. 한국이 목표로 하는 월드컵 티켓 확보를 위해서는 8강 토너먼트에서의 승리가 필수적이다.
압도적인 첫 승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보여준 폭발적인 득점력은 대표팀 수비진에 과제를 남겼다. 필리핀전에서 노출된 세밀한 패스 미스와 기회 대비 낮은 골 결정력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북한과의 전면전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무대 진출권이 걸린 준결승 길목에서 만날 상대가 결정될 조별리그 순위 싸움은 8일 북한전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