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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압한 한국 여자 배드민턴 4년 만의 우버컵 탈환

정기용 기자 | 입력 26-05-04 10:00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이 3일(현지시간) 덴마크 호르센스 포럼 호르센스에서 열린 2026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우버컵) 결승전에서 중국을 매치스코어 3대 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은 지난 2022년 이후 4년 만에 거둔 성과이자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세 번째 우버컵 우승이다. 대회 전 최강으로 꼽히던 중국의 독주를 막아선 결과에 전 세계 배드민턴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선 제압의 선봉에는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섰다. 1단식 주자로 나선 안세영은 라이벌 왕즈이를 상대로 시종일관 경기를 압도했다. 안세영은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와 날카로운 대각선 스매시를 앞세워 왕즈이를 몰아붙였고, 게임스코어 2대 0(21-10, 21-13) 완승을 거뒀다. 안세영은 득점할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고 중국 벤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작전 타임 내내 분주하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었다.

1복식에서 정나은(화순군청)·이소희(인천국제공항) 조가 중국의 류성수·탄닝 조에게 0대 2(15-21, 12-21)로 패하며 승부는 원점이 됐다. 정나은과 이소희는 중국의 강력한 후방 공격에 고전하며 랠리 주도권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어진 2단식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전세를 뒤집는 결정적인 승리를 챙겼다.

세계랭킹 17위 김가은(삼성생명)은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4위인 천위페이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썼다. 1게임 초반 8대 15까지 뒤처졌던 김가은은 차분한 헤어핀 공략과 구석을 찌르는 클리어로 천위페이의 체력을 소진시켰다. 13대 16 상황에서 7연속 득점을 몰아친 김가은은 1게임을 21대 19로 가져오며 기세를 올렸다. 2게임에서도 김가은은 15대 15 접전 상황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해 21대 15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가은의 활약으로 한국은 매치스코어 2대 1을 만들며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마지막이 된 2복식에서 한국 코칭스태프는 전략적인 선택을 내렸다. 평소 이소희와 짝을 이루던 백하나(MG새마을금고)를 김혜정(삼성생명)과 조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백하나와 김혜정은 실전에서 호흡을 맞춘 횟수가 다섯 번에 불과했으나 세계랭킹 4위 자이판·장수센 조를 상대로 끈질긴 수비력을 선보였다.

코트 위 백하나와 김혜정은 셔틀콕이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 몸을 날리며 수비에 전념했다. 1게임을 내준 뒤 2게임부터 반격에 나선 한국 조는 긴 랠리 싸움에서 중국 선수들의 범실을 유도했다. 결국 2, 3게임을 내리 따낸 백하나와 김혜정은 게임스코어 2대 1(16-21, 21-10, 21-13)로 역전승하며 한국의 우승 확정을 알렸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한국 선수단 전원은 코트로 뛰어 나와 서로를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국제 신호 해설자로 활동 중인 벤 베크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의 우승이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베크먼은 "한국이 중국을 이길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특히 대회 내내 부진했던 김가은이 가장 중요한 결승 무대에서 천위페이를 꺾은 점을 높게 샀다. 그는 안세영의 경기력에 대해서도 "완벽에 가까웠으며 주도권을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체들은 자국 대표팀의 패배에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 16회 우승 기록을 가진 중국이 안방이나 다름없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에 가로막힌 것에 대해 비판적인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단식의 안세영뿐만 아니라 김가은의 성장과 복식 조합의 다양성을 확인하며 향후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결승전 승리는 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특정 선수 한 명의 기량에 의존하지 않고 팀 전체의 전술적 유연성과 투지로 이룬 결과다. 우승 컵을 들어 올린 한국 대표팀은 곧바로 귀국 길에 올라 국내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우버컵 정상 탈환이라는 성과를 거둔 한국 배드민턴이 다가오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도 이 같은 상승세를 유지하며 세계 최강 중국과의 구도를 어떻게 재편할지가 향후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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