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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랑의 조건,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너무 늦었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5-03 14:15



사랑은 늘 감정으로 시작한다.
설렘, 끌림, 그리고 이유 없는 확신.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다.

사랑은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결코 감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는 사랑을 ‘느끼는 것’으로만 배워왔다.

하지만 사랑은 ‘버티는 것’이자, ‘지켜내는 것’이며, 때로는 ‘포기하지 않는 선택’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책임’이다
많은 관계가 무너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다.

책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감정은 흔들린다. 상황에 따라, 말 한마디에, 사소한 오해에 의해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책임은 다르다.

책임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다.
“힘들어도 떠나지 않겠다”
“상대의 부족함까지 감당하겠다”
이 선택이 없는 사랑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

우리는 왜 같은 상처를 반복하는가?

사람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받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랑을 통해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정받고 싶어서 사랑하고,
누군가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사랑한다.
그 순간 사랑은 관계가 아니라 거래가 된다.

“나는 이만큼 줬으니, 너도 이만큼 줘야 한다” 이 계산이 시작되는 순간,
사랑은 이미 끝을 향해 간다.

사랑의 본질은 ‘나 자신’에 있다

진짜 문제는 상대가 아니다.
나 자신이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작한 사랑은 결국 상대에게 과도한 기대를 요구하게 된다.

“왜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느냐”
“왜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해주지 않느냐”
그러나 그 질문은 틀렸다.

애초에 우리는 스스로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너무 늦었다
사람들은 늘 말한다.
“그때는 몰랐다”고.
맞다. 그때는 모른다.
사랑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사람 하나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그래서 우리는 쉽게 시작하고, 쉽게 상처 주고, 그리고 뒤늦게 후회한다.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하지만 사랑은 항상 지나간 뒤에야
그 무게를 알게 된다.

사랑은 선택이다. 사랑은 운명이 아니다.
선택이다. 매일같이 선택해야 한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지켜낼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다.
그래서 사랑은 고통스럽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책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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