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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김창민 감독 때려 숨지게 한 피의자들 세 번째 구속영장 심사

이정호 기자 | 입력 26-05-04 18:23



영화감독 김창민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이 모 씨와 임 모 씨 등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4일 오전 경기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심사는 경찰이 보강 수사를 거쳐 신청한 세 번째 구속영장에 대한 판단으로, 앞선 두 차례 영장 기각 이후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원에 나타난 이 씨 일행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철저히 침묵했다. "김 감독을 살해할 의도로 폭행했느냐", "열 차례 넘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느냐", "유족들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법정 안으로 향했다. 피의자들은 심문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기실에서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심문에는 재판부의 허가에 따라 피해자 유족이 직접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법정에 나온 김 감독의 부친 김상철 씨는 가해자들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김 씨는 심문 전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가해자들이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판부가 정당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1시경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 앞에서 발생했다. 이 씨 등은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은 김 감독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당시 현장에는 발달장애가 있는 김 감독의 아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씨 일행이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폭행한 행위에 대해 정서적 학대 혐의를 인정하고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다.

폭행 직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진 김 감독은 17일 동안 사투를 벌였으나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족들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김 감독을 떠나보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과거에도 비슷한 폭력 전과가 있거나 현장에서의 가담 정도가 중하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두 차례에 걸쳐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의자들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그리고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강력 범죄 피의자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에 대해 유족과 시민사회는 법원의 구속 기준이 지나치게 기계적이라며 반발해왔다.

이번 세 번째 영장 심사에서는 보강 수사를 통해 확보된 추가 증거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구속 사유로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질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결과의 중대성과 범행 현장의 잔혹성, 그리고 유족의 고통을 고려할 때 도주 우려라는 전통적인 기준만으로 영장 기각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피의자 이 씨 등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된다. 이번 결정은 폭행 치사 사건에서 가해자의 방어권 보장과 피해자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법원이 제시할 영장 발부 혹은 기각의 사유에 따라 강력 범죄 수사 관행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다시 한번 격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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