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김건희 여사의 알선수재 등 혐의 재판에서 최측근 인사로 지목되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김 여사의 부탁을 받고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른바 "문고리"로 불리며 코바나컨텐츠 시절부터 김 여사를 보좌해 온 유 전 행정관의 이 같은 증언은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거짓 진술 모의" 의혹에 무게를 더하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유 전 행정관은 특검의 질문에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자신에게 진술 방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 전 행정관은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한 샤넬 가방을 다른 제품으로 직접 교환했던 당사자다. 그는 “검찰과 특검 조사에 출석해 어떻게 진술할지 김 여사와 논의한 적 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있다”고 명확히 답했다.
유 전 행정관의 증언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조사 요청이 오자 김 여사는 유 전 행정관에게 "전성배 씨의 심부름으로 (가방 교환을) 해준 것으로 진술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다. 그는 당시 이 같은 부탁을 받고 "내 입장에서 '큰 죄가 될까'라는 생각으로 잘못된 진술을 했다"고 법정에서 시인하며 "잘못된 진술을 한 건 맞고, 그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건진법사 전성배 씨 역시 지난 공판에서 김 여사가 자신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바 있다. 전 씨는 김 여사가 "부정 청탁은 전달한 사람만 죄가 된다"며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금품을 "전달하지 않은 걸로 하자"고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전 씨는 자신이 유 전 행정관에게 가방 교환을 부탁한 것처럼 진술했다고 인정했다. 이로써 재판 과정을 통해 김 여사가 샤넬 가방 수수 건과 관련해 유 전 행정관과 전 씨, 두 핵심 관계자에게 진술 모의를 유도한 정황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유 전 행정관은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을 돌려주라는 지시를 받고 전 씨 측에 반환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김 여사께서 가방을 가지고 오셔서 바꿔달라고 하셨다"며, 교환 당시 바꿀 가방의 사진을 김 여사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내 최종 결정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수사가 시작되자 김 여사의 지시에 따라 교환했던 샤넬 가방과 구두를 전 씨의 처남에게 돌려줬다고 구체적인 반환 경위까지 밝혔다.
다만, 김 여사가 수수한 혐의를 받는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는 유 전 행정관은 "목걸이를 받거나 전달한 적 없고,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앞서 진술을 번복하며 샤넬 가방 수수 사실을 인정한 전성배 씨의 증언 내용 중 일부와 엇갈리는 지점이다.
특검 측은 김 여사가 주요 증인들과의 진술 모의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에 김 여사에 대한 보석 청구를 기각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재판부는 보석 청구 기각 여부에 대한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김 여사에 대한 결심 공판은 다음 달 3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이날 특검의 구형과 김 여사의 최후 진술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유 전 행정관의 폭로성 증언은 남은 재판 과정과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