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보수 논란에 휩싸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강 회장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에서 지적된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겸직 중인 주요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농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 특별감사 중간 결과였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인 중앙회장직을 수행하면서도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연간 3억 원이 넘는 추가 연봉을 수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농민신문사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실제 출근일수는 극히 적었음에도 고액의 급여와 성과급을 챙겨 "편법 연봉"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 회장의 호화 해외 출장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다섯 차례의 해외 출장 과정에서 규정된 숙박비 상한액을 매번 초과해 지출했으며, 1박에 200만 원이 넘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하는 등 수천만 원의 공금을 낭비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강 회장은 이날 사과문에서 초과 지출한 숙박비 4,000만 원을 즉시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강 회장은 실질적인 인적 쇄신안을 내놓았다. 우선 관례처럼 이어져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인사와 경영 전반에 관한 권한을 각 사업 전담 대표이사에게 과감히 이양하고, 자신은 농업인 권익 증진과 농촌 발전이라는 본연의 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고 조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농협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위원회를 통해 방만한 경영 구조를 혁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도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며 뼈를 깎는 쇄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강 회장에 대한 사법적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뇌물 수수 혐의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은 향후 그의 행보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겸직 사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거버넌스 개혁과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