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8일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제명 처분 이후 첫 공식 민생 행보에 나선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을 강조하며 오는 6월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현장은 한 전 대표를 연호하는 지지자들과 '배신자'라고 외치는 반대 세력이 뒤섞여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경찰 인력이 시장 내부까지 투입돼 통제에 나설 만큼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한 전 대표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는 지난 1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를 방문했을 당시의 냉담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한 전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정치공학적인 계산보다는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재보선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지역을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도 "무소속 출마를 배제할 이유는 없으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직접 나서보겠다"고 밝혔다. 대구 지역 출마설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한 전 대표가 장외에서 세를 규합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서 명확한 '절윤' 메시지를 내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수직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7%,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장 대표 취임 후 최저치인 22%를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비상 상황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여당 주도로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등 사법개혁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지도부는 '일당 독재'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대구·경북 통합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대여 투쟁의 동력마저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절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친한계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당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인물 경쟁력을 갖춘 한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는 당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 전 대표의 이번 대구 방문은 단순한 지지층 점검을 넘어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 연대 등 '제3지대' 구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뚜렷한 반등 카드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보수 진영 내 주도권을 둘러싼 권력 재편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은 한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보수의 희망"이라는 응원과 "정권 기반을 흔드는 분열 세력"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서문시장을 가득 메운 함성은 향후 보수 정치 지형의 격변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