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북측 체제를 존중하며 적대적 행위나 인위적인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대북 원칙을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남북 간 신뢰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장에서 "남과 북은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할 것이며, 무력에 의한 통일이나 흡수통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한국 정부의 평화 지향적 태도를 재확인하고 북측에 대화 재개를 위한 명분을 제공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기념사 도중 이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대결과 갈등의 역사를 끝내고 협력과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며 한반도 내 긴장 고조가 남북 모두에게 실익이 없음을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내외빈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경청하며 무게감 있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 기조의 변화를 시사한다. 이 대통령은 "진정한 광복의 완성은 평화로운 한반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며 경제 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를 통한 점진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체제 전복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체제 존중'과 '비흡수통일'을 공식 석상에서 명문화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념사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여당 측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현실적이고 대담한 제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야당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실효적인 억제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유화책이 어떤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념식이 끝난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메시지는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자주적 의지와 평화 정착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요구해 온 적대시 정책 철회 등에 대한 구체적인 상응 조치나 향후 특사 파견 계획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3·1절 기념사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이 대통령의 '체제 존중' 발언에 어떤 형식으로 화답할지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분간 북측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실무 차원의 접촉 가능성을 타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