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평생 기억에 남는 존재는 의외로 말을 하지 못하는 한 생명일 때가 있다.
반려견 '블루'는 단지 집을 지키는 개가 아니다. 가족의 웃음을 기억하고, 눈물을 먼저 알아채며, 말없이 사람의 마음을 품어주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사람들은 "강아지는 주인을 따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라면 안다. 반려견은 주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함께 살아낸다.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달려와 꼬리를 흔드는 존재가 있다. 세상 누구도 내 하루를 묻지 않았는데 블루는 눈빛 하나로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순간 사람은 위로받는다.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반려견은 우리의 성공도, 재산도, 사회적 지위도 알지 못한다. 좋은 차를 타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관심도 없다. 오직 한 사람의 체온과 냄새,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할 뿐이다. 그래서 반려견의 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가장 공평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관계에 상처를 입고, 믿음은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반려견은 어제 다투었다고 오늘 등을 돌리지 않는다. 작은 손길 하나에도 기뻐하고, 짧은 산책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한다.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다시 일깨워 주는 존재다.
블루는 오늘도 아무 말 없이 사람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원망도 계산도 없다. 그저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는 진심만 담겨 있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마음을 가진 존재가 바로 반려견인지도 모른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그래서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다. 언젠가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블루가 남긴 발자국은 마당이 아니라 사람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사람은 반려견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깨닫게 된다. 사실은 반려견이 사람의 마음을 키워주고 있었다는 것을.
블루는 오늘도 말없이 사람의 감성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침묵은 어떤 위로의 말보다 깊고,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