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세종집무실의 건축 설계안이 확정되면서 2029년 8월 입주를 향한 후속 절차가 시작됐다. 당초 4월로 예정됐던 당선작 발표가 국가 상징성 보완 논의로 약 3개월 미뤄진 끝에 설계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설계공모 심사와 국민·전문가 의견 수렴을 마치고 대통령 세종집무실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한다고 22일 밝혔다. 최종 당선작에는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와 토문건축사사무소,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제출한 "채와 마당으로 구현한 국가상징공간, 지혜의 풍경"이 선정됐다.
공모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됐으며 17개 작품이 접수됐다. 당선 컨소시엄은 선정된 계획안을 토대로 집무 공간과 참모진 업무시설, 관저, 위기관리센터, 국민 소통시설 등의 세부 설계를 맡는다. 세종집무실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심부 국가상징구역에 들어설 예정이다.
당선작은 건물을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로 세우는 대신 여러 개의 "채"와 그 사이의 "마당"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창덕궁처럼 기존 지형의 흐름을 따라 건물을 배치하고, 전통 건축의 공간 질서를 현대적인 업무시설에 적용한 점이 심사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집무 공간과 참모진 사무공간을 가깝게 배치한 것도 주요 특징이다.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해 업무 동선과 방문객 동선, 보안 동선을 입체적으로 분리하면서도 내부 소통이 단절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행복청의 설명이다.
심사위원들은 자연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배치와 한국적 풍경을 구현한 공간 구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개별 건축물이 대통령 집무시설로서 충분한 상징성을 갖추고 있는지, 전통 건축 요소가 전체 시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는 추가로 다듬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선작 발표가 늦어진 배경에도 국가 상징성 문제가 있었다. 공모 심사는 지난 4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당선안에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대통령 집무시설의 상징성을 어떻게 더 분명하게 담을지를 놓고 대통령실과 행복청의 조율이 이어졌다. 재공모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기존 당선작을 유지한 채 상세 설계 과정에서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행복청은 앞으로 문화와 건축, 역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통령 세종집무실 특별자문회의"를 운영한다. 국민 의견도 추가로 받아 건물 외관과 공간 구성, 전통 요소의 적용 방식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공모안의 기본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시설의 상징성을 높이는 작업이 후속 설계의 중심이 된다.
세종집무실은 대통령 집무 기능만 옮기는 단일 건축사업이 아니다. 국회세종의사당과 시민 공간을 연결하는 국가상징구역 조성사업의 한 축이다. 앞서 확정된 국가상징구역 계획은 집무실과 의사당 사이 도로 일부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을 조성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행복청은 2027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같은 해 건축공사에 들어가 2029년 8월 입주를 완료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강주엽 행복청장은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해 국격에 맞는 대표 건축물로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당선작 공개가 예정보다 늦어진 가운데 기본·실시설계와 각종 인허가, 공사를 모두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내야 한다. 상징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 변경이 공모 당선안의 원형과 착공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세종집무실 건립 과정의 다음 쟁점이다.
이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