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 운영 체제가 헌법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한 판결 논란이나 정치권의 공방 수준이 아니다.
“체제 자체가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는 주장까지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사법부의 권위와 정당성은 근본적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잇따른 주요 판결, 고위 법관 인사, 대법원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싸고 “권한 집중이 구조화됐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헌법이 설계한 권력분립의 원칙과 사법부 내부의 합의제 전통이 형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헌법학자의 지적처럼, “사법부의 독립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지, 내부 권력 집중을 정당화하는 개념은 아니다.”
독립이라는 이름 아래 권력이 응축된다면, 그것은 헌법 정신의 왜곡일 수 있다.
쟁점의 핵심은 권한 배분과 견제 장치의 실효성이다.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 제청권과 사법행정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제는 그 권한이 제도적 균형 속에서 행사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합의제 사법부의 본질은 다양한 법관의 판단이 공개적 토론과 숙의를 거쳐 형성되는 데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이 사실상 수직화되고, 이견이 제도적으로 흡수되기보다 주변화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조차 나온다면 이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헌법은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특히 사법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종적으로 가르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더 엄격한 절제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사법행정과 인사 권한이 한 축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반복된다면, 이는 단지 ‘운영상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헌법 가치의 근간인 권력분립과 견제·균형 원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공세 또한 거칠어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사법부 스스로 헌법적 한계를 넘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헌적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야권은 “사법 독립을 흔드는 정치적 압박”이라고 맞선다.
그러나 정쟁의 소용돌이와 별개로, 헌법적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사법부에겐 중대한 경고다.
물론 ‘위헌’이라는 표현은 법리적으로 신중해야 한다. 위헌 판단은 헌법재판의 몫이다.
그러나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된다면, 사법부의 권위는 법 조문이 아니라 신뢰의 토대 위에서 균열을 맞게 된다.
법은 강제력으로 집행되지만, 정당성은 국민적 동의에서 나온다. 동의가 약해지면 판결은 설득이 아니라 명령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 논리가 아니다. 구조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다. 대법원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작동 방식이 헌법이 예정한 균형과 부합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다.
권한 행사 과정의 투명성, 인사 시스템의 객관성, 내부 의사결정의 민주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헌법은 권력자에게 편리한 문서가 아니다. 오히려 권력을 제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사법부 역시 그 예외가 아니다. 사법권이 스스로를 성역화하는 순간, 그것은 헌법 수호자가 아니라 또 다른 권력으로 비칠 수 있다.
사법부는 지금 헌정의 중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가 과연 헌법 가치의 확장인가, 아니면 균형의 붕괴인가.
그 답을 내놓아야 할 시간은 길지 않다.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