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저성장과 고환율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3년 만에 하락했다. 반면, 인공지능(AI) 열풍을 등에 업은 반도체 강국 대만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2003년 이후 22년 만에 한국을 앞질렀다.
11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1인당 GDP는 전년 대비 약 0.3% 줄어든 3만 6,107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실질 GDP 성장률이 1.0%대에 머문 가운데,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22원대까지 치솟으며 달러 환산 가치가 크게 깎인 결과다. 1인당 GDP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팬데믹 여파가 컸던 2022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대만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대만 통계청은 지난해 자국의 1인당 GDP가 3만 8,748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보다 약 2,600달러 이상 높은 수치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중심으로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빅테크 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며 수출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만은 월간 수출액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추월하기도 했다.
통계상 한국이 대만에 1인당 GDP를 역전당한 것은 노무현 정부 초기였던 2003년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2025년 대만의 GDP 순위가 한국을 앞설 것으로 예측하며, 이러한 역전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며 1인당 GDP가 다시 3만 7,000달러 선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하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민간 소비 회복세가 더뎌 전망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은 올해 1인당 GDP 4만 달러 돌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반도체라는 단일 엔진으로 급성장한 대만과 달리, 한국은 수출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고질적인 내수 부진 및 환율 안정이라는 복합적인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