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뒤 해외로 도피했던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7) 씨가 태국과 캄보디아를 거친 도피 생활 끝에 국내 수사당국에 신병이 확보됐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던 황 씨를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체포해 압송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씨는 2023년경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지인 등 2명에게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수사가 시작되자 황 씨는 돌연 동남아시아로 출국해 자취를 감췄다. 이후 경찰은 황 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인터폴 청색수배를 내리고 추적을 이어왔다. 황 씨는 태국을 거쳐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은신해 온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최근 변호인을 통해 자진 귀국 및 경찰 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황 씨의 귀국 경로를 파악한 뒤 캄보디아 현지 영사 및 관계 당국과 공조하여 신병 확보 절차를 밟았다. 24일 오전 7시 50분경 국적기를 타고 귀국한 황 씨는 기내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에 의해 체포영장이 집행됐다. 현재 황 씨는 과천경찰서로 이송되어 마약 투약 경위와 추가 연루자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황 씨의 마약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 씨는 지난 2015년에도 서울 자택 등지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어 2019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2020년 또다시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적발되어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살고 출소했다. 상습적인 투약 이력과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 등으로 이미 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소 후 또다시 유사한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판이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사당국은 황 씨가 장기간 해외 도피를 이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캄보디아 밀입국 과정에서 조력자가 있었는지, 도피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특히 마약 사건의 특성상 공급책과 투약 조력자 등 공범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황 씨를 상대로 유통 경로에 대한 추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황 씨의 향후 처벌 수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동종 전과가 여러 차례 있고 실형 복역 직후 재범 혐의가 불거진 데다,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정황은 구속 영장 발부 및 양형 결정에 있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기초 조사를 마치는 대로 황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고위층 자녀 및 유명 인사의 반복적인 마약 범죄와 해외 도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국제 공조와 끈질긴 추적을 통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엄정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황 씨의 체포 소식에 남양유업 측은 과거 이미 지분 관계나 경영 접점이 없음을 선을 그은 바 있으나, 기업 이미지 실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