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국내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적발된 사례가 1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유출이 집중되면서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부에서 제출받은 ‘2026 산업기술 해외유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모두 10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 23건, 2024년 23건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9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적발 사례 가운데 약 40%가 반도체 관련 기술로 파악되면서 국내 주력 산업을 겨냥한 기술 유출 우려는 여전히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는 설계와 공정, 장비 운용, 소재 배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이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산업이다. 한 번 핵심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면 해당 기업의 피해를 넘어 국내 공급망과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통계에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례도 31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일반 산업기술보다 엄격한 보호가 요구된다.
다만 이번 수치는 실제 발생한 모든 유출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에 의해 적발된 사건만 집계한 결과다. 기업 내부에서 발생했지만 신고되지 않았거나, 유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유출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핵심 인력의 이직 과정에서 자료가 반출되거나 협력업체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술 정보가 외부로 전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업무가 확대되면서 보안 시스템을 우회해 자료를 빼내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구 의원은 적발 건수만으로도 산업기술 보호 체계에 허점이 드러난다며,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접근 권한 관리와 퇴직자 보안 관리, 해외 이직 심사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은 기술 유출을 사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 단계부터 자료 접근 권한을 세분화하고, 핵심 인력과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보안 교육과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