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지뢰를 북한이 매설한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지뢰가 한국 측 지역에서 확인된 행위는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사고 자체를 “자작극”이라고 부인한 가운데 유엔사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사안은 지난 21일 DMZ 수색 작전 중 우리 군 간부 3명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에 다치면서 불거졌다. 군 당국은 현장조사와 폭발물 분석을 거쳐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사는 조사 과정에서 폭발물이 우리 측 관리 지역에서 발견된 점과 지뢰의 형태, 매설 상태 등을 종합해 북한이 설치한 지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연적으로 떠내려온 유실 지뢰가 아니라 일정한 목적을 갖고 매설된 지뢰일 수 있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군사적 행위를 제한하고, 상대방 지역에 대한 무단 침범과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유엔사는 북한이 한국 측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전협정상 금지된 군사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우리 군은 사고 현장에서 확보한 지뢰 파편과 부상 장병들이 착용했던 방호장비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군 당국은 폭발물의 종류와 제조 방식, 매설 시점, 설치 주체 등을 추가로 확인한 뒤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고 현장에 여러 발의 지뢰가 좁은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단순 유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최근 국경선 일대에서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 같은 우리 군과 유엔사의 판단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번 사고를 한국 측이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대응 명분을 만들기 위해 꾸민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북한군이 국경선을 넘은 사실이 없다며, 한국군이 실사격을 할 경우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담화는 우리 군이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추가 대응을 요구하는 국내 정치권의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지뢰 사고가 군사적 긴장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현재까지 북한의 지뢰 매설 여부와 구체적인 매설 시점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유엔사와 우리 군의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추가적인 군사 행동을 자제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강민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