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가 한국으로 송환된 북한군 포로 2명을 둘러싼 공개 논란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당초 우리 정부에 먼저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국가정보원 보고가 나왔다. 우리 정부는 양국 간 비공개 공감대가 있었는데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국정원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보고 내용을 전했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포로 교환에 미칠 영향과 제3국 포로 송환 협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우리 정부에 먼저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알려질 경우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이나 다른 국가의 포로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포로 당사자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해 협의 과정에서 보안을 유지해 왔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송환 협의가 시작된 단계부터 양국 사이에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공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양국 간 협의 내용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불거졌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측의 공개 이후 우리 정부가 지난 27일 공식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공식·비공식적인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포로들의 국내 입국 시점도 공개됐다. 윤건영 의원은 두 북한군 포로가 지난 9월 중순 한국에 들어왔으며, 현재 건강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또 이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으로 오겠다는 자유의사를 확인받았다는 것이 국정원의 보고 내용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송환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서는 정치적·외교적 계산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영하 의원은 정부가 우크라이나가 한국으로부터 무기 등 추가 지원을 기대하고 공개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군 포로의 송환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특정 지원을 요구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 역시 포로 송환과 관련해 무기 지원 등 별도의 대가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이번 논란은 인도적 사안인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 문제를 넘어 한·우크라이나 간 외교적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특히 포로 당사자와 북한 내 가족의 안전을 고려해 비공개를 유지했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과,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우크라이나 측 입장이 맞서고 있어 향후 우크라이나의 공식 해명과 사과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남게 됐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