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배우자 명의로 투표용지를 받아 대리 투표를 한 투표사무원이 결국 구속됐다. 선거의 공정성을 최일선에서 관리해야 할 사무원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염혜수 판사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60대 여성 박 모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남구 보건소 소속 계약직 공무원으로, 이번 선거에서 투표사무원으로 위촉된 박 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사전투표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발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남편의 신분증을 이용해 투표용지를 발급받아 기표한 뒤, 약 5시간 후 다시 자신의 신분증으로 본인 투표를 하는 등 총 두 차례 투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의 범행은 한 참관인의 날카로운 눈썰미로 발각됐다. 당시 투표소에 있던 무소속 황교안 후보 측 참관인이 "한 유권자가 투표를 두 번 한 것 같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박 씨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수사를 진행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박 씨는 "왜 대리투표를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범행을 미리 계획했냐는 물음에는 "전혀 그런 것 아니다"라며 "순간 잘못 선택을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전에도 대리투표를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부인했으며, 남편은 자신의 범행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선거 관리의 최전선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사전투표 시스템의 허점과 선거사무원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