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단 하루 앞둔 2일, 국민의힘이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의 무효화 여부를 두고 또다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지도부와 이를 '정체성 훼손'으로 규정한 친윤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이번 갈등은 지난달 31일, 전광훈 씨가 주최한 한 집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김문수 후보 지지 메시지가 대독되면서 시작됐다.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은 "지금 김문수에게 우리의 힘을 모으는 것만이 해답"이라는 내용의 윤 전 대통령 메시지를 공개했고, 이는 즉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파장을 키웠다. 이는 중도층 표심을 의식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완전히 절연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자 친윤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우리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는 선을 넘어선 안 된다"며 "탄핵 반대 당론은 한 사람을 위한 방패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비대위원장의 판단만으로 '무효화'를 선언한 건 자기부정이자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정체성' 공방에 한동훈 전 대표까지 가세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의원의 글이 올라온 직후 "우리 당의 정체성은 불법계엄 옹호가 아니라 불법계엄 저지여야만 한다"고 직격하며 김 위원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당의 노선을 둘러싼 핵심 인사들의 충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면서 당내 파열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정작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탈당하신 분"이라며 언급을 피하는 한편,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선 "당의 대표이기에 말씀을 존중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내 갈등이 막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