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부당대출 의혹을 받는 IBK기업은행의 전·현직 직원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지난 4월 한 차례 기각됐던 영장이 재청구되면서 관련 수사가 다시금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6월 9일 기업은행 현직 직원 조모씨와 전직 직원 김모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후, 이번 사건의 범행 액수가 매우 크다는 점과 최근 유사 사건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 등을 고려해 재청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김씨, 조씨, 김씨의 배우자, 입행 동기, 사적 모임 관계자, 거래처 등이 연루된 총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기업은행에서 퇴직한 김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법무사 사무소 등을 차명으로 운영하며 2017년 6월부터 7년간 심사센터 심사역인 자신의 배우자, 그리고 친분이 있는 임직원 28명과 공모하거나 그들의 도움을 받아 785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에는 785억 원보다 적은 액수를 범행 액수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현직 직원 조씨가 김씨에게 대출을 해준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에 따라 조씨에게도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 3월 기업은행 서울, 인천 소재 대출 담당자와 차주 관련 업체 20여 곳을 압수수색했고, 4월에는 기업은행 본점까지 압수수색하며 수사 범위를 확대해 왔다. 같은 달 23일에는 조씨와 김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이를 기각했다.
당시 정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해 "전반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사기죄의 경우 법리적인 면에서, 일부 증거위조교사죄의 경우 공모 여부에 대해 각각 다툴 여지가 있고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씨에 대해서는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소명이 돼 있다"면서도 "신용장 발행, 대출, 어음할인 과정에 관여한 다수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비춰 볼 때 그들의 진술이나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가 대출 과정에 관여한 경위, 정도나 범의를 영장청구서 기재 내용 그대로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적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구속영장 재청구로 검찰이 보강 수사를 통해 기각 사유를 해소하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