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AIDT)'를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재추진된다. 지난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정부의 재의 요구로 시행이 무산된 바 있다.
6월 30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올해 도입된 AI교과서를 '교과자료'로 활용하는 내용 등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을 발의한 3개의 법안을 병합 심사한 끝에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교육 자료로 격하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찬반 투표로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AI교과서는 올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과목에서 도입되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도입 초기부터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 교육 당국이 한발 물러서 도입 첫해인 올해는 각 학교에서 자율 선택할 수 있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입률은 30%대에 그쳤다.
이번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따르면, 시행령에 규정된 교과용 도서의 정의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AI교과서에 해당하는 사항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에 포함되도록 했다. '교과용 도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갖고 있거나 교육부 장관이 검정·인정한 교과서·지도서로 하되, 지능 정보기술을 활용한 학습 지원 소프트웨어 및 전자 저작물은 교육 자료에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법안이 교육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AI교과서는 '교육자료'로 지위가 변경될 전망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AI교과서를 교과서로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 시 교과서로서의 지위가 박탈된다는 의미다. 교과서는 각 학교가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별 자율 선택이므로 채택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에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AI교과서가 교육자료가 된다면 가격은 물론 데이터 저장과 활용에 있어 국가 규제를 벗어나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은 향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공약집에서 '잘못된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바로잡고, 미래 교육 기반을 제대로 구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 법안 통과 과정은 순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첫 출근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동시에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며, "이 두 가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