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 대형주들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면서 시가총액 상위권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그룹주와 반도체 장비주가 약진했고, 이차전지와 조선, 일부 바이오주는 순위가 밀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우선주를 제외한 7개 종목의 순위가 지난해 말과 달라졌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 10위 KB금융만 기존 순위를 유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시총 34위에서 지난 5일 기준 5위로 29계단 뛰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9조470억 원에서 131조2370억 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인공지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가격 상승과 실적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은 589%에 달했다.
삼성생명도 지난해 말 18위에서 7위로 올라서며 10위권에 진입했다. 삼성전자 주가 급등에 따른 지분가치 재평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삼성물산은 13위에서 8위로 5계단 상승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162%, 92% 올랐다.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도 순위가 크게 올랐다.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7위에서 3위로 뛰었다. SK하이닉스 주가 급등으로 보유 지분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협력 기대감이 커진 현대차도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반면 이차전지와 조선주는 상위권에서 밀렸다. 이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3위에서 6위로 3계단 내려앉았다. HD현대중공업도 6위에서 9위로 밀렸다. 지난해 말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위에서 13위로 하락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위에서 15위, 두산에너빌리티는 9위에서 14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의 순위가 바뀌었다.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1~3위 종목만 순위를 유지했다.
코스닥에서는 반도체 장비주가 강하게 치고 올라왔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63위에서 지난 5일 5위로 58계단 수직 상승했다. 원익IPS는 21위에서 10위로 11계단 올랐고, 리노공업도 11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반도체 설비투자 기대가 장비주 전반으로 확산된 결과다.
그 밖에 삼천당제약은 10위에서 8위로 올랐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5위에서 4위, 코오롱티슈진은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씩 상승했다. 반면 HLB는 6위에서 9위로 내려앉았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말 10위권에 있었지만 올해 들어 각각 13위와 15위로 밀렸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의 주도력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차익실현이 나타났지만, 이는 인공지능 수요 둔화가 아니라 높아진 기대에 비해 가이던스 상향 폭이 부족했던 데 따른 실망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6월 시장의 핵심은 주도주 이탈이 아니라 주도주 유지 속 순환매 확산이라며, IT 섹터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소외주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는 시각도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이익 주도력이 여전히 높지만, 지주사의 이익 모멘텀이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내년까지 감안하면 이차전지 밸류체인의 이익 회복 기대도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증권업종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만큼, 거래대금 증가가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시가총액 순위 변화는 국내 증시가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기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그룹주와 반도체 장비주는 주가 상승과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상위권에 진입했고, 이차전지와 조선, 일부 바이오주는 순위 조정을 받았다. 시장의 주도권이 반도체에 집중된 가운데, 하반기에는 소외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산될지가 다음 변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