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내 온라인 사기(스캠)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이 1천여 명 수준일 것이라는 정부 추산을 훨씬 뛰어넘는 정황이 공식 통계로 처음 확인됐다. 최근 3년간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미귀국자가 매년 3천 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지 범죄 조직에 연루된 한국인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사망자와 감금 피해자 또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캄보디아 출입국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양국 간 출입국자 수의 불균형이 폭증했다. 2022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인원은 3,209명에 달했으며, 2023년에는 2,662명, 2024년에는 3,24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역시 8월까지만 해도 864명이 캄보디아로 향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는 정부가 추산한 전체 연루자 1천 명을 단 1년의 미귀국자 수가 3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우회 출국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격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통계는 현지 범죄 조직의 실태를 경험한 이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한 제보자는 현지 스캠 산업 종사 한국인이 "못해도 2천~3천 명은 될 것"이라며 "중국 등을 거쳐 밀항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과거 범죄 단지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또 다른 20대 남성은 "내가 있던 곳에만 한국인이 50여 명 있었고, 일부는 돈을 벌어 다른 지역에 새로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고 말해, 스캠 산업이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확장, 재생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미귀국자 중 상당수가 단순한 범죄 가담자를 넘어 감금, 폭행, 고문 등 심각한 인권유린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부 범죄 단지에는 자체 소각장이 있으며, 국경지대에서는 장기 매매까지 공공연히 이루어진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현지 소식통은 "웬치(범죄단지)에서 죽은 한국인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라며 드러나지 않은 희생자가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 합동대응팀이 현지를 급파하고, 범죄 가담자 64명을 국내로 송환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관련 자료를 공개한 박찬대 의원은 "현지 증언대로라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개별 출입국 기록과 영사, 경찰 자료를 정부 차원에서 전면 대조해 미복귀자에 대한 재점검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재외공관의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의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