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명령에 복종한다"와 같은 비정상적인 내부 행동 강령까지 만들어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MZ 조폭"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 경제범죄수사2대는 사기 및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조직원 56명을 적발해 이달 초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공식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1992년생부터 2004년생까지의 청년층으로 구성되었으며, 대부분 서로 친구이거나 선후배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유사 투자자문업체로 위장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주된 표적은 과거 투자 실패 경험이 있어 원금 회복 심리가 강한 피해자들이었다. 조직원들은 이들에게 접근해 "기존 손실을 모두 복구해주겠다"고 현혹하며, 실제 가치가 불분명한 비상장 공모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년 이상 범죄 단체를 운영해 온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27명에 달하며 총 피해 금액은 18억 원을 넘어섰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 조직은 단순한 사기 집단을 넘어 치밀한 위계질서와 조직성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명령에 복종한다", "시키는 것만 한다"는 3대 행동 강령을 만들어 조직원들을 철저히 통제했다.
특히 내부 결속을 다지고 조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특수부대 출신 간부급 조직원을 "교관"으로 두고 주 1회 집체 교육까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군대식 규율을 유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이들에게 단순 사기 혐의뿐만 아니라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총책 A씨를 포함한 핵심 간부 3명은 이미 18억 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금을 챙겨 국외로 도피한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도피한 피의자들에 대해 즉각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해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경찰은 이들이 해외로 빼돌린 범죄 수익금을 추적하고 현지에서 동결시키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이들 조직의 해외 은닉 자산에 대한 "은색 수배(Silver Notice)"를 발령했는데, 이는 국내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폴 은색 수배를 활용한 사례로 기록됐다. 은색 수배는 범죄 수익금의 추적, 동결, 압수, 몰수를 목적으로 회원국 간의 공조를 요청하는 국제 수배 조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소셜미디어 등에서 손실 보전이나 고수익을 보장하는 형태로 투자를 권유한다면 이는 신종 사기 수법일 가능성이 높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국외로 도피한 총책 등 핵심 피의자들은 국제 공조를 통해 반드시 검거하여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