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당원 게시판 여론 조작' 의혹으로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최종 의결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당규상 보장된 재심 청구 기한인 열흘 동안 한 전 대표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안 확정을 잠정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가 윤리위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심의 기한인 오는 24일까지는 최고위 차원의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새벽 기습 제명 의결 이후 즉각적인 당적 박탈이 예상됐던 흐름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지도부의 이러한 "속도 조절" 배경에는 당내 중진 의원들과 개혁 성향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경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지금은 덧셈의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분열을 경계했고, 윤상현 의원 역시 "정치를 단죄와 제명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장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특히 지방선거 격전지에서 지지율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간판 스타'였던 전직 대표를 축출할 경우 중도층 이탈과 보수 궤멸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사태의 해결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리위의 제명 결정을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정작 재심 청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전 대표 측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요식 행위에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며 장 대표가 제안한 소명 기회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법적 대응인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당 밖에서 장외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두고 정치권의 셈법도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무소속 출마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친한계 의원 상당수가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라는 점이 거대한 제약 요인이다. 결국 한 전 대표가 당내에 남아 세력을 규합하며 장 대표 체제와 전면전을 벌이거나, 개혁신당 등 제3지대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운명의 열흘" 동안 당내 내홍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계파 갈등을 노출하며 자멸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 장동혁 대표의 "제명 보류" 카드가 극적인 통합의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갈등을 단지 며칠 유예시킨 임시방편에 그칠지 대한민국 보수 진영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