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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36년 전 '힐즈버러 참사' 생존자가 전하는 연대의 메시지

김장수 기자 | 입력 25-11-01 14:30



10 29 이태원 참사 발생 후 한국 사회가 깊은 슬픔과 트라우마에 잠겨 있는 가운데, 30여 년 전 유사한 비극을 겪은 영국에서 위로와 조언의 목소리가 전달되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1989년 영국 힐즈버러 축구 경기장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의 생존자이자 현재 재난 관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앤 에어 박사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 및 희생자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두 참사는 대규모 인파 관리 실패로 인해 발생한 예측 가능했던 비극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앤 박사의 경험과 조언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울림이 크다.

힐즈버러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셰필드의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열린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전에서 발생했다. 당시 25세의 박사 학위 수료생이었던 앤 에어 박사 역시 현장에 있었다. 참사는 경기 직전 늦게 도착한 팬들이 한꺼번에 좁은 입구로 몰리자, 경찰이 1600석 규모의 입석 공간에 5천 명 가까운 인파를 무리하게 들여보내면서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앞쪽에 갇힌 사람들이 뒤에서 밀려오는 압력에 질식하거나 압사당했고, 현장에서 94명이 숨지고 후유증으로 3명이 더 사망하여 총 97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7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참사 이후 영국 정부와 경찰의 대처는 2차 가해와 트라우마를 심화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특히 경찰은 참사의 원인을 과격한 리버풀 팬들의 통제 불능한 행동 탓으로 돌리는 거짓말을 했고, 이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 앤 에어 박사 역시 생존자로서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사회의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당시의 분노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을 돕는 에너지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했으며, 결국 재난 관리 전문가로 거듭나는 길을 택했다.

앤 에어 박사는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힐즈버러 참사처럼 이태원 참사 역시 "처음부터 예측 가능했고, 예방할 수 있었던 비극이라는 점이 명확했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인파가 특정 장소에 집중될 것이라는 명확한 위험 신호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부재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의 근본적인 책임 소재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앤 박사는 고통 속에 머물지 않고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 관리 전문가가 되어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과 연대해왔다.

영국 정부는 참사 발생 34년이 지난 2023년에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마틴 휴이트 영국 전국경찰청장협의회 의장은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1989년 힐즈버러 참사 때는 그렇지 못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앤 박사는 30여 년 만에 받은 공식 사과에 대해 "잠시 말을 멈추게 되네요. '사과 받으니 정말 좋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지만, 너무 오래 걸렸어요"라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는 늦은 사과가 트라우마를 완전히 치유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이태원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진실 규명과 책임 인정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앤 에어 박사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 누구보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는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안녕을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고통을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국제적 지지망이 존재함을 강조했다. 그의 메시지는 이태원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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