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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372억 "고3 사회진출 예산", 연말 집행 압박 속 '꼼수' 및 '과열 영업전' 논란 확산

강동욱 기자 | 입력 25-11-02 14:10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처음 시행한 약 372억 원 규모의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사회진출 역량 개발 지원 사업'을 두고 교육 현장의 혼란과 예산 집행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 1인당 30만 원꼴로 책정된 이 예산은 당초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공백을 막고 사회 진출에 필요한 실질적 역량을 지원한다는 긍정적 취지로 시작되었으나, 단기간 내 예산 소진 기한이 다가오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집행 압박과 함께 편법적인 '꼼수 예산 처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 기간이 오는 내년 2월 고3 학생들의 졸업까지로 한정되면서, 현장에서는 예산을 소진해야 한다는 강박이 만연한 상황이다. 한 고교 3학년 부장 교사는 "1억 원 예산 중 운전면허 취득 희망 학생에게 8천만 원을 사용했으나, 남은 2천만 원은 쓸 곳이 없어 반납하려 해도 학교 측에서 무조건 사용을 종용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예산 소진을 위해 꼼수 집행을 동원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주변 학교에서는 체험활동 수업 재료나 토익 교재 등을 대량 구매하고 영수증을 해당 사업비로 처리하거나, 심지어 수능 이후 학교에 나오지 않는 3학년 대신 1·2학년 학생들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는 계획까지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책의 본래 취지인 '졸업 예정자' 지원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예산을 다른 목적으로 전용하는 사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대입 면접이나 논술반을 편성하여 교사 수당으로 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다. 「진로교육법」상 진로교육의 정의는 '직업 및 진로 탐색과 설계, 실현을 위한 교육'을 의미하며, 대입 면접이나 논술 준비는 이에 해당되지 않아 예산의 취지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교사는 "학생을 위해 편성된 예산을 쓸 곳이 없다는 이유로 교사가 수당으로 받아가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해당 사업의 업무추진비 한도가 일반 예산의 5%보다 높은 사업비의 10%까지 허용된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교육청 관계자가 온라인 설명회에서 "선생님들 고생하는데, 업무추진비로 평소보다 풍족하게 식사도 하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황당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막대한 예산이 풀리자 이를 소진하려는 학교를 대상으로 민간 업체의 '영업전'이 과열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각종 공연 업체, 교육 콘텐츠 기업 등으로부터 하루에 10통 이상의 영업 전화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공공기관인 교육방송(EBS)까지 어학이나 정보기술(IT) 관련 자격증 패키지를 만들어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파악되었다. 남는 사업비를 확보하려는 민간 업체의 적극적인 문의가 쏟아지면서, 현장에서는 "예산 남용"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도교육청은 편법 집행을 막기 위한 별도의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프로그램 운영은 개별 학교에서 결정할 사안이며, 학생이나 학부모 요구에 맞춰 진행하고 진행이 어려울 경우 반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적기 집행 및 불용액 최소화"를 강조했던 교육청은 최근 "사업 잔액 발생 시 반납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사업비 사용 지침을 변경하여 일선 학교에 통보한 상태이다. 이는 현장의 집행 난이도와 예산 불용액 발생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조치로 해석된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는 해당 사업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규 사업인 만큼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면밀하게 살펴 사업 추진 과정에 더욱 신경을 써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예산 집행의 문제를 넘어, 막대한 교육 예산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에 대한 사전 수요 예측 실패와 졸속 행정이 불러온 교육 현장의 혼란과 행정 부담 가중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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