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시의 한 고급 빌라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모녀가 가한 상해가 정당방위로 인정됐다. 경찰은 위협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대응이라는 판단을 내리며 모녀를 입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리경찰서는 21일 30대 남성 A씨가 지난 15일 새벽 흉기를 들고 빌라 내부에 침입해 금품을 요구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B씨와 그의 딸 나나씨의 행동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먼저 피해자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했고, 모녀가 방어 과정에서 남긴 상처 역시 경미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범행 당일 오전 6시께 아천동의 한 고급 빌라에 침입해 “돈을 내놓으라”며 위협하고, 저항하는 나나씨와 그의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당시 해당 주택이 나나씨의 집인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집 안에 머무르고 있던 모녀는 즉각 몸싸움으로 대응해 A씨를 제압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제압 과정에서 A씨는 턱 부위에 상처를 입었으나, 경찰은 강도 행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방어적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모녀의 행동이 현재의 위해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준의 방어 행동”이라며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모녀는 형사 책임에서 제외됐다.
A씨는 강도상해 혐의 등으로 구속돼 수사를 받아왔으며, 경찰은 오는 24일 구속 상태 그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추가 여죄 여부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침입 강도 사건에서 피해자 방어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기준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경찰은 “폭력 상황에서 시민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과정이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